‘덤터기 쓸라’… 금투세 논란 속 상법 개정으로 방향 트는 野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관련해 “증시 부양이 동반돼야 한다”는 논리로 상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1400만 투자자 표심을 고려해 ‘유예 당론’에 무게가 실리고는 있지만, ‘보완 후 시행’ 하자는 내부 주장도 만만치 않아서다. 지도부로서는 상법 개정안으로 시행론 측의 반발도 잠재울 수 있다. 여당과 재계의 반발이 큰 사안인 만큼, 금투세에 쏠려 있던 이슈가 상당 부분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 정책위원회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코리아 부스트업 5대 프로젝트’를 당론으로 추진키로 했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혁하고 회계 투명성을 높인다는 목적이다. 주요 과제는 ▲이사회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감사·이사 분리 선출 단계적 확대 ▲대기업 집중투표제 확대 ▲소액주주 의결권 행사 확대로 총 5개다.
민주당이 ‘부스트업’을 들고 나온 건 지난 24일 정책 의원총회에서 금투세 토론 배틀을 한 지 하루 만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전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금투세 정책 디베이트 결과, 우리나라 주식 시장 활성화를 상법 개정이 절실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며 “코리아 부스트업 5대 프로젝트를 빠른 시일 내 당론으로 정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당초 토론회를 계기로 당론을 신속히 확정할 거란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이견이 크게 드러나 의견 수렴 절차를 추가로 거치고 있다. 다만 차기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둔 민주당은 ‘투자자 표심’을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금투세를 시행한 뒤 단 1%포인트라도 떨어지면 결국 금투세 때문이라는 여론이 들끓을 것이고, 민주당이 ‘덤터기’를 쓸 거란 우려가 당내에 많다”고 했다.
최근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이슈를 ‘금투세 찬반’에서 ‘강력한 상법 개정’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경제부총리 출신이자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지사도 “금투세를 이대로 강행하면 자본시장 위축이 불가피하고, 폐지하면 조세원칙과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며 “금투세는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선진화와 함께 가야한다”고 했다.
코리아 부스트업 5대 프로젝트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최대 주주의 이익만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운영하지 못하게 법적 장치를 만들자는 취지다. 이미 21대 국회에서 이용우 전 의원이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고, 22대 국회에서도 박주민 의원 등 다수가 발의했다.
내부 공감대도 이미 만들어졌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는 같은 날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소관 상임위 심사와 여야 협상에 본격 착수하자”는 입장문을 냈다. 더미래 대표인 김성환 의원이 금투세 토론회 ‘시행팀’으로 참석한 만큼, 상법 개정이 찬반 양측의 ‘접점’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김 의원은 “금투세와 자본시장 선진화는 선·후를 따지기 보다 함께 가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재계와 여당은 이 개정안이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여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상법 개정을 정기국회 이슈로 띄우면, 상대적으로 금투세 관련 비판을 피할 수 있다. 지도부도 금투세 관련 당론 확정을 미루고 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금투세 당론을 확정할 의총도 언제 열지 결정한 바 없다”며 “각 의원들의 의견을 더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도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기 때문에 의총에서 결정할지, 지도부에 최종 판단을 위임할지도 아직 확정이 안 된 걸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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