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 '구멍'에 고심 깊은 재정당국…감세정책 재검토 목소리
문제 원인부터 살펴야…저성장 속 세원확보 방안 없어
최상목 "세율 인상 손쉽지만 경제활동 촉진으로 확보"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정부가 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30조원가량 부족할 것이라고 공식화한 가운데 말라버린 세원을 확충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재정당국은 부족한 세수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나 세율을 높이는 등의 직접적인 증세에는 선을 긋고 있다.
야당은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한 데 대해 날을 세우는 동시에 정부가 추진 중인 감세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28일 재정당국 및 국회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세입 예산과 관련해 재추계가 필요한지 들여다보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세수재추계 현안보고'에서 "11월 경기상황 등 세입여건이 8월 예산편성 당시와 크게 달라진 것이 있으면 재추계해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부총리는 이날 현안보고에서 세수 추계 오차 원인과 향후 대응책 등을 두고 여야 의원의 집중 질의를 받았다. 최 부총리는 4년 연속 세수 추계 오차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향후 추계 모형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당은 내년 세수 추계도 믿기 어렵다며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등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압박을 이어갔다.
특히 정부는 세수 결손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면서 가용재원 활용 등으로 불용에 따른 민생·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라는 기존의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국회는 반복되는 세수추계 오차에 대한 '재정 청문회'를 여야 간사가 합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세수 추계 오차도 문제지만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사회의 특성상 세수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세원 확보 방안이 없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수는 과거로부터의 경로가 있는데 거기서 이렇게 많이 벗어나는 것도 문제"라며 "경기 때문인 부분도 있고 감세 때문에 그렇게(세수감소) 된 부분도 있고 그래서 문제의 원인부터 정확히 살펴봐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가 회복돼서 해결될 것 같으면 일단 국채를 발행해서 쓰다가 나중에 갚으면 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게 만약 구조적으로 계속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정도로 세수 기반이 취약해졌다고 분석되면 세수 기반을 확충하려는 노력도 해야하고 그동안 감세를 많이 했는데 그런 것들이 적절한지도 한번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를 중심으로 한 야당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수추계 모형의 문제가 아니라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나라 살림에 거덜이 나고 있다. 총 국세수입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건전재정만 이야기하고 감세(정책)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실에 대한 기재부 인식 자체가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 내년도 예산안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나"라며 "정부 재정정책에 대해 신뢰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임광현 민주당 의원도 "이렇게 세수결손이 계속 지속된다면 정말 나라가 망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며 "그래서 내년도 세수 부분에 대해서 올해 세법 개정안도 다시 한 번 검토를 해주시고 대규모 감세안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재검토를 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재정당국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현재 기재부는 세율을 올리지 않고 경제활동을 촉진해 세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최근 언론인과의 토론회에서 "세율을 올리는 것이 손 쉬운 방법이긴 하지만 우리 조세부담률이 낮지 않다"며 "돌아가는 방법이고 어려운 방법이지만 세원을 확충하는 것이 (맞다). 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조세정책을 통해 경제활동을 촉진해서 세원을 확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l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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