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은 꾸미지 않는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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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릴런드는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다.
이 '잠정적 눈멂' 때문에, 그는 전국시각장애인연맹에 참여하고서도 '내면화된 비장애 중심주의'로 시각장애인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시각장애인 친구들은 '지팡이를 들고 다니라고, 친구' 같은 말을 절대 하지 않죠. () 지팡이란 슬픈 것이고 비극적이니까요"라고 말한다.
시각장애인 가수인 스티비 원더가 한 티브이(TV) 프로그램이 재밌다고 말하는 이야기를 들은 뮤지션은 토크쇼에서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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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삶의 감각으로 이야기한 장애의 세계
앤드루 릴런드 지음, 송섬별 옮김 l 어크로스 l 2만2000원
앤드루 릴런드는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다. 감자튀김처럼 길고 가느다란 잔존시력이 있다. 완전한 시력의 6% 정도에 해당된다. 제목처럼 ‘점점 보이지 않’는 상태다. 의사는 나빠지는 내내 마지막까지 시력에 매달리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방어기제’가 작용한다고 말한다.
이 ‘잠정적 눈멂’ 때문에, 그는 전국시각장애인연맹에 참여하고서도 ‘내면화된 비장애 중심주의’로 시각장애인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들 대부분은 실업자(70%)고 직업이라는 것도 ‘맹인노동’이 대부분이다. 그는 여전히 편집자·오디오 제작자·작가라는 직업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 사람들 역시 경계를 넘어 ‘눈멂’을 바라보는 게 어렵다. 보지 못한 척한다. 연맹에서 만난 장애인의 말대로다. “비시각장애인 친구들은 ‘지팡이를 들고 다니라고, 친구’ 같은 말을 절대 하지 않죠. (…) 지팡이란 슬픈 것이고 비극적이니까요”라고 말한다.
슬프고 비극적일 뿐만 아니라 일상적 모욕의 대상이기도 하다. 시각장애인 가수인 스티비 원더가 한 티브이(TV) 프로그램이 재밌다고 말하는 이야기를 들은 뮤지션은 토크쇼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게 가능하긴 한가요? (…) 멋지단 걸 어떻게 알 수 있죠?” 비슷하게, 안 보이니 시각장애인은 꾸미지도 않고 다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 통념과 달리 메이크업 강의 영상을 올리는 시각장애인도 있다. ‘맹목’적 시선은 인간을 놓친다. ‘눈멂’이 한 인간을 정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눈과 관련한 언어유희를 수시로 쓴다. 자신의 실명 과정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그리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한다. 책에서 ‘눈멂’의 의미를 문헌과 역사, 대중문화를 통해 관찰하지만, 가장 크게 다루는 것은 시각장애인 동료의 감각과 역사다. ‘동료 시민’이 되고 경계를 넘어가기 위해 비장애인에게도 필요한 감각이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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