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평에 모인 다섯 사장님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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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런책방은 전국에서 제일 작은 책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카페와 식물 공방, 바느질 공방, 차살림도구를 판매하고 다양한 공예체험도 할 수 있는 마을 공방, 이곳에 지난해 8월 이런책방이 문을 열었습니다.
이런책방은 나이도 다르고 직업도 다른 귀촌인 5명이 함께 운영합니다.
그런 5명의 꿈이 모여 이런책방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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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런책방은 전국에서 제일 작은 책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수는 3.3평, 책 보유수는 약 700~800권. 책방이 있는 곳은 경남 하동의 악양면입니다. 옛 축지교가 폐교가 된 후 학교 건물은 악양생활문화센터, 운동장 한켠에는 ‘복합 문화공간 마을공방 두니’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카페와 식물 공방, 바느질 공방, 차살림도구를 판매하고 다양한 공예체험도 할 수 있는 마을 공방, 이곳에 지난해 8월 이런책방이 문을 열었습니다.
시작은 이곳 공방에 모여든 친구들의 독서모임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다들 책을 좋아했고, 각자의 취향이 담긴 책을 추천해 모임을 운영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 새로운 운영자를 모집하는 공간이 생겼고, 자연스레 “악양에 책방이 있으면 좋겠어, 우리가 해볼까”라며 머리를 모았습니다.
준비 기간은 약 5개월, 작은 공간에 맞는 인테리어를 수집하고, 책장을 디자인하고, 나무를 구입하고, 재단해서 직접 칠하고 조립하고, 땀 흘리며 봄과 여름을 보냈습니다. 힘들지만 설레는 하루하루였습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즐거움을 알게 된 시간이기도 했지요. 처음 입고할 책을 고르는 기간만 한 달이 넘게 걸린 것 같습니다. 그렇게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며, 드디어 여름의 끝자락 책방을 오픈했습니다.
이런책방은 나이도 다르고 직업도 다른 귀촌인 5명이 함께 운영합니다. 양사장, 이사장, 김사장, 조사장, 정사장으로 부르고 있지요. 구성원들의 전직은 다양합니다. 그림책작가, 편집자, 기획자, 회계까지. 지금은 요양 보호사, 농부, 프리랜서 기획자 등으로 활동하고, 마을 공방에서 카페와 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 5명의 꿈이 모여 이런책방이 되었습니다.
이런책방은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가장 고민하면서도 재밌는 시간은 바로 입고할 책을 선정할 때입니다. 각자의 관심사대로 책을 고르되, 디자인, 내용&주제, 대중성을 고려하여 서로 고른 책에 점수를 매깁니다. 그래서 상위에 오른 책을 입고합니다.
주로 에세이, 철학, 고전, 자연주의, 페미니즘 장르의 책이 많은데, 하동이 차의 고장이라 차에 관한 책도 꽤 여러 권 있습니다. 요즘은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입고하기 위해 신경 쓰고 있어요. 또 다른 지역 책방에도 가끔 방문하고, 도시에서 열리는 도서전과 지역의 책 잔치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방문한 손님들이 작지만 책 종류가 다양하고 알찬 책방이라고 말씀해 주시기도 합니다.
하동을 방문한 여행자들도 많이 찾지만, 지역 주민들이 자주 드나드는 책방이었으면 하는 것이 저희 소망이었는데요. 감사하게도 생각보다 많이 이용해주십니다. 재미 삼아 중고책을 위탁 판매하기도 하고, 서가의 한 코너를 ‘이런 이웃의 추천 도서’로 꾸며 직접 큐레이션 하기도 합니다.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지 않고 부러 우리 책방에서 책을 주문하시는 이웃들도 있어서 자주 감동받으며 ‘시골 책방’의 재미를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꿈이 있다면, 전국의 독립서점들을 이곳 악양으로 초대해 책 잔치를 여는 것입니다. 편집자, 디자이너, 작가 들이 모여 토론하고, 재밌게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보고 싶습니다. 이런책방의 슬로건이랄까, 모토는 ‘우리 동네 씩씩한 독립서점’입니다. 이곳에서 함께 서로를 지지하고 도우며 살아가고, 따뜻한 지역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하는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소망이 담겨 있답니다. 하동에 오시면 씩씩한 사람들이 모여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 가는 작은 공간, 이런책방에 한번 들러보시면 좋겠습니다.
경남 하동/글·사진 정진이 이런책방 책방지기
이런책방
경남 하동군 악양면 악양동로176 마을공방 두니
https://www.instagram.com/justlikethis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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