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이스] 명지대 김주영, 늦게 피어난 ‘행복 농구’

조원규 2024. 9. 2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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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원규 칼럼니스트]

깜짝 활약을 펼친 새 얼굴을 소개합니다. 말 그대로 한두 경기 깜짝 활약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땀으로 얼룩진 유니폼이 있습니다.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빼놓을 순 없다. 최선을 다해 일그러진 얼굴은 인간적이면서 매력적이다.


26일 명지대 김주영이 그랬다. 명지대 주전 빅맨은, 이제는 손준이라고 불러야 할 준 해리건이다. 이날 손준은 경기에 나오지 않았다. 김주영이 임동언, 서지우, 서정구 등 중앙대 빅맨들과 경쟁해야 했다.

김주영은 35분 56초를 뛰었다. 양 팀 선수 중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이다. 3점 슛 4개, 21득점도 가장 많은 3점 슛과 득점이다. 이 경기 전, 김주영의 평균 득점은 3.42점이다. 3점 슛은 12경기에서 단 1개만 넣었다.

3점 슛 시도 자체가 적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3개만 던졌다. 중앙대전은 그동안 던진 것보다 두 배 많은 6개를 던졌고 4개가 림을 통과했다.

팀의 첫 3점 슛이 김주영의 손에서 나왔다. 2쿼터 중반에는 30-30 동점을 만드는 3점 슛을 넣었다. 3쿼터 중반에 나온 3점 슛은 46-43으로 팀에 리드를 안겨줬다. 중요할 때 3점 슛이 나왔다.

김주영은 “슛은 자신감이 있다. 포지션이 센터고 팀에 큰 선수가 없어서 그동안 많이 던지지 않았다. 오늘은 상대 수비에 혼란을 주기 위해 픽앤롤과 픽앤팝을 번갈아 했다. 슛 감이 좋아 픽앤팝을 많이 했다”고 3점 슛이 많았던 이유를 설명했다.

김태진 명지대 감독도 “김주영의 3점 슛은 준비된 전술”이라며 “슈팅 능력이 있는 선수”라고 얘기한다. “구력이 짧다. 이제 농구에 눈을 뜨고 있다. 대학에서 1년만 더 있었으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선수”라는 말도 했다.

 

 

김 감독에게 김주영은 기특함과 아쉬움이다. 김주영은 고등학교 2학년 봄에 농구를 시작했다. 1년 유급 후 가비지 타임부터 조금씩 코트에 나왔다. 그런데 고3이 되는 해 코로나19가 왔다. 재앙이었다. 중요한 시기에 경기를 뛸 수 없었다.

구력 짧고 경기 경험도 거의 없는 새내기는 1학년 때 대학리그 출전 기록이 없다. 2학년 때 대학리그에 데뷔했다. 10경기 평균 12분을 뛰었다. 3학년 때는 13경기 평균 14분 58초로 출전 시간을 늘렸다.

이번 시즌은 평균 18분을 뛰고 있다. 손준(준 해리건)의 부상으로 선발 출전 기회도 잡았다. 그러나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자신보다 경험 많은 선수를 만나면 주눅이 들었다. 침착하게 경기를 풀지 못했다.

김주영은 “이제 주눅 들고 위축되는 건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면서 “오늘 많이 뛰어서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동료들과 행복하게 농구했다”라고 했다.


▲ 동료들과 행복하게 농구했다


최근 2년은 농구가 즐거웠다. “1, 2학년 때는 왜 나를 뛰어주지 않을까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다. 부모님,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그 생각을 버렸다. 언제든지 경기에 나갈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농구가 즐거워졌다.

경기에 나가기 위해 훈련 시간을 늘렸다. 집중력을 높였다. 아직 기복은 있지만,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력이 올라왔다. 중앙대전도 그랬다.

김 감독은 "시간이 아쉽다. 이제 농구에 눈을 뜨고 있다. 지금 3학년만 돼도 드래프트 걱정은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를 종종 했었다. 대학에서 더 보여줄 수 있는데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점이 아쉬운 것이다.

김주영은 “프로에 가고 싶다. 그것이 동기부여가 된다. 드래프트에서 이름이 불리지 않으면 처음에는 많이 힘들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대학에서 4년 동안 행복하게 농구했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얘기했다.

드래프트 결과는 알 수 없다. 지금까지 그랬듯 최선을 다할 뿐이다. 명지대는 10월 1일 동국대와 시즌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김주영은 이 경기를 이겨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키가 커서 시작한 농구다. 농구를 시작하고 5년 동안 뛴 시간은, 유망주라 불리는 선수의 1년 출전 시간보다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이후 2년은 행복했다. 김주영은 “행복 농구”를 계속하고 싶다.

조원규_칼럼니스트 chowk87@naver.com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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