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두 영풍 사장 "고려아연, 영풍이 빚은 자식… 최윤범 사유화 막겠다"

이한듬 기자 2024. 9. 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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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성두 사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 사진=이한듬 기자
영풍그룹이 MBK파트너스와 손 잡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근본적인 배경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탓이라고 주장했다. 영풍의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만든 고려아연을 최 회장이 사유화하며 영풍과 주주들에게 손실을 입히고 있다는 것이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특히 고려아연은 애초에 영풍의 살(자본)과 피(인력)로 빚은 자식"이라며 "창업세대와 선대까 지 동업정신과 자율경영에 입각해 알토란같이 키워온 가장 믿음직한 맏이"이라고 밝혔다.

감 사장은 "영풍이 1대 주주의 자리를 MBK파트너스에 양보하면서까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를 단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오죽했으면'"이라며 "고려아연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반대로 아무런 제한 없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이 무산되자 그야말로 '영풍 죽이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그 예로 고려아연이 양사 동업의 상징인 서린상사 경영권을 확보한 것을 꼽았다. 그는 "고려아연은 서린상사의 경영권 장악 이후 기존에 영풍과 고려아연이 함께 거래해 오던 고객 사에 온갖 협박과 회유로 영풍과의 거래를 끊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영풍 석포제련소는 곧 문 닫을 것이고 앞으로 영풍과 계속 거래하면 영풍에 문제가 생겨 물건 공급에 차질이 생겼을 때 고려아연이 물건을 공급해줄 수 없다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사는 오랜 세월 공동으로 정광구매를 함으로써 규모의 경제와 바잉파워를 바탕으로 경쟁사들 대비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올해 4월 고려아연은 공동구매도 중단한다고 모든 정광 원료 구매처에 일방적으로 통보했으며 심지어 기존 거래처에 영풍은 곧 망할 회사니 거래에 신중하라는 비방도 서슴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 사장은 "영풍에게는 물론 고려아연에게도 해가 될 자해행위에 다름없다"며 "회사의 이익은 아 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운 배임행위"라고 지적했다.

영풍이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선 "올해 4월 15일 고려아연의 일방적인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 거절 통보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며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생산되는 부산물로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아 연 생산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되는데 이 계약 을 즉시 끊겠다는 것은 결국 석포제련소의 목줄을 쥐고 흔들어 영풍을 죽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것은 고려아연을 흔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풍과 고려아연이 같이 살기 위함"이라며 "고려아연은 영풍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지만 최윤범 회장은 영풍과 모든 주주들의 소중한 자산인 고려아연을 망가트리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최 회장은 2019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전체 주주들의 이익보다 고려아연을 사유화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대표이사로 취임 후 2022년, 2023년 두 해동 안에 한화 등 국내외 기업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또는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무려 16%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켜 기존 주주들의 비례적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아울러 "경영권을 독점하고 이사회의 기능을 무시해 스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사모펀드 투자 A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스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 의무 위반 등 여러 의혹을 불러일으킨 사례들로 실제 회사에 큰 손실을 끼쳤고 재무적으로 위험상태에 빠뜨렸다"며 "이그니오홀딩스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실체를 알 수 없는 회사이고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에 연루된 사모펀드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에는 이사회 결의도 없이 5600억원을 투자했다가 1300억원대의 손상차손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강 사장은 "과연 1조1400억원이라는 돈이 어디로 간 것인가"라며 "최 회장은 이러한 석연치 않은 투자가 떳떳하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투자 경위와 투자금의 소재, 그리고 손실 규모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려아연의 부채는 무려 35배 증가했고 연결 영업이익 마진율은 2019년 12%에서 지난해 6.8% 낮아지는 등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자식이 망가지는 걸 그냥 두고만 보는 부모가 어디 있겠으며 내 재산이 손상되는 걸 어찌 참겠나. 영풍이 이를 알고도 묵인한다면 그야말로 주주에 대한 배임"이라고 했다.

그는 "최 윤범 회장은 영풍의 황산처리 주요 경로를 틀어막아버림으로써 영풍을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며 "고려아연을 살리고 영풍이 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것으로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함께 지배권 강화를 통한 고려아연 경영 정상화에 나서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훼손된 이사회시스템을 정상화시키고 경영을 정상화시키려는 목적이란 것이다. 강 사장은 "직계 포함 2.2%의 지분을 가진 경영대리인 최윤범 회장이 회사의 주인인양 회사를 사유화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라며 "고려아연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제 두 가문에 의한 경영시대를 매듭짓고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에 기반한 전문경영인 시대로 진입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들의 고용은 확고하게 유지될 것이고 신사업 은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며 울산 지역의 경제 발전은 물론 국가산 업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주주가치 제고와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통해 특정 주주가 아닌 고려아연의 모든 주주들의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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