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이익 침해 논란’ 인 기업은 밸류업 요건 충족해도 지수 편입 안될 수도
5단계 요건 채우고 위원회 심의 통과해야
위원회에서 주주 가치 훼손 종목 제외 가능성
라덕연 사태로 기계적 심의 논란된 만큼 세밀 심사 가닥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조건을 충족했어도 주주 이익 침해 논란이 인 기업이라면 한국거래소가 핀셋으로 제외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장 이번에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두산밥캣처럼 추후 경영 과정에서 일반 주주의 권익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일면 해당 기업은 지수에서 제외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현재 한국거래소는 특정 종목의 퇴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시장의 의견을 지속해서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개고, 지주회사를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안이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지배구조 개편이 완료되면 알짜 자회사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에서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옮기게 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기 위해선 한국거래소의 주가지수운영위원회(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즉 24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5가지 정량적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위원회가 특정 종목의 경영진이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종목은 지수에서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5가지 정량적 요건은 ▲시가총액 상위 400위 이내일 것 ▲최근 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손익 적자가 아닐 것 ▲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을 실시했을 것 ▲주가순자산비율(PBR)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 내 50% 이내일 것 등 4개의 요건을 충족한 기업 중에서 산업군별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위가 우수한 상장사 100곳이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종목 편입과 출입의 열쇠를 쥔 위원회는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주요 주가지수의 구성종목 선정과 심의 기능을 수행하는 기구다. 위원회가 정성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 있어 ‘한국거래소가 자의적으로 편·출입을 결정한다’는 비판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 내부에선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들이 대부분 외부 인사라서다.
위왼회는 7명 이내로 구성되는데 이 중 한국거래소 임직원은 1명(경영지원본부 인덱스업무담당 본부장보)이다. 이 외 위원 구성은 기관 투자자의 상근임원 2명, 회계전문가 또는 법률전문가 1명, 증권 및 파생상품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4명 이내다.
최근 위원회가 질적 심사를 강화했다는 점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5가지 선정 요건을 맞췄어도 주주의 권익을 침해한 기업은 지수에서 빠지는 시나리오에 힘을 싣는 요소다. 위원회는 지난해 정량적 요건만 심사해 기계적 종목 편·출입으로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는데, 이게 위원회 기조 변화의 트리거가 됐다.
작년 6월 한국거래소는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을 통합한 시장 대표 지수인 ‘KRX300′의 구성 종목을 정기 변경하면서 다우데이타, 삼천리, 서울가스, 선광, 세방을 편입했다. 이 상장사들은 라덕연 호안투자컨설팅업체 대표가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운 종목이라고 그해 4월 지목됐는데, 일평균 시총과 거래대금 등 정량적 조건을 충족해 두 달 뒤 KRX 300에 포함된 것이다.
두산밥캣이 이번에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에 포함된 건 개편 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당초 두산밥캣은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으로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가 될 예정이었으나, 이 계획을 철회했다. 두산밥캣은 최대주주만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로보틱스로 바뀔 뿐, 회사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올해 7월 두산은 매년 1조원의 이익을 내는 두산밥캣을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의 주식과 교환한다고 발표했는데, 교환 비율이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까지 “두산의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에 부족함이 있으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엄포를 놨고, 결국 두산은 한 발 후퇴했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주식 교환은 취소했으나 두산밥캣을 모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리하는 안은 유지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슈 종목을 배제한다는 공식적인 포지션(입장)은 형성되지 않았다”라면서도 “(주주 권익 침해 기업 등과 관련한) 시장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청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정부가 올해 초부터 추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사안이다. 한국거래소가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만들고,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이 지수를 기초로 상장지수펀드(ETF)를 만들어 주주 가치를 존중하는 기업에 자금이 흐르도록 한다는 게 금융위원회의 계획이다. 다만 기존 시장 대표 지수인 코스피200과의 차별성이 없다는 비판이 일면서 오는 11월 밸류업 ETF가 상장하더라도 투자 수요는 크지 않을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15.0%), SK하이닉스(15.0%), 현대차(8.3%) 등이 지수 구성 비중 상위 종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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