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변화 이끄는 ‘헌신의 아이콘’ 한국영, 그는 힘들 때마다 응원석을 바라본다···“팬들에게 꼭 보답하겠습니다” [이근승의 믹스트존]
한국영(34·전북 현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9월 22일 대전하나시티즌 원정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한 뒤였다.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꼭 이기고 싶었다. 비겨서 아쉽다. 하지만, 실망할 여유가 없다. 곧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대전 원정에서 실점 없이 승점 1점을 가져가는 것은 긍정적이다. 어떤 팀을 만나도 지지 않고 나가야 할 시점이다. 다음 경기에선 꼭 승점 3점을 가져올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한국영은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강원 FC를 떠나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영은 강원의 상징이었다. 이적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았다.
2024시즌 전반기 한국영이 강원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건 6번에 불과했다. 4월 27일 김천상무전에서 24분을 소화한 뒤엔 출전 기록이 없었다.
한국영은 꾸준한 경기 출전을 위해 고심 끝 이적을 택했다.
한국영은 프로 중의 프로다. 마음을 다잡고 착실히 전북 적응에 힘썼다.
한국영은 강등 위기에 놓인 전북을 위해 헌신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한국영은 몸을 아끼지 않는 투지로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린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수비 안정에도 힘쓰고 있다. 한국영은 상대 패스를 차단하고 빠른 역습의 시발점 역할도 해낸다.
순위 못지않게 어울리지 않는 건 팀 실점이다. 전북은 올 시즌 K리그1 31경기에서 49실점을 허용 중이다. K리그1 최다실점이다.
한국영이 전북에 녹아들면서 불안했던 수비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전북은 최근 5경기에서 딱 1실점만 허용했다. 대전전 포함 최근 4경기 연속으론 무실점에 성공했다.
“감독님의 섬세한 설명이 우리가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팀 분위기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나는 수비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사소한 것까지 다 이야기한다. ‘이 지역에서 볼을 잡으면 어떻게 처리하고, 다른 수비수들은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등이다. 감독께선 지역, 상황별 수비 간격을 구체적으로도 제시해 주신다. 나는 돋보이는 선수가 아니다. 팀이 올라가는 데 힘을 더하는 선수다. 지금보다 더 땀 흘려야 한다. 팀에 더 큰 도움을 주고자 훈련장에서부터 온 힘을 다할 것이다.” 한국영의 진심이다.
전북이 강등 위기를 겪는 건 처음이다. 전북이 2013년 승강제 도입 후 파이널 B로 향하는 것 역시 최초다.
그런 전북에 한국영의 경험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영은 강원 시절 승강 플레이오프를 경험한 바 있다. 강원은 한국영의 활약에 힘입어 K리그2 강등 위기를 넘겼었다.
한국영은 이어 “안일한 생각 하나가 실점과 패배로 이어지는 시점이다. 매 경기 후회를 남겨선 안 된다. 모든 걸 걸고 싸워야 한다. 우리가 훈련장에서 땀 흘리고 하나로 똘똘 뭉친 결과물이 승점 3점이다. 매 경기 승점 3점을 가져올 수 있도록 죽을힘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영은 강원 시절부터 팬들의 큰 사랑을 받는 선수였다. 한국영이 팀에서 궂은일을 도맡을 뿐 아니라 그라운드 안팎 빼어난 리더십을 보였기 때문. 또 하나. 한국영은 팬들의 사랑에 최대한 보답하고자 하는 선수다.
전북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영은 “대전 원정에 수많은 팬이 찾아주셨다”고 했다. 대전 원정을 찾은 전북 팬은 약 5천 명이었다. 전북 서포터스가 빌린 버스만 14대였다.
한국영이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 전주월드컵경기장 서포터스석을 넋 놓고 바라봤다. 홈이든 원정이든 경기 시작 전에도 우리 팬들을 꼭 한 번씩 바라본다. 팬들은 우리가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주신다. 나도 힘들 때가 있다. 그때마다 팬들을 본다. 팬들에게 한 발 더 뛸 힘을 얻는다. 팬들에게 꼭 달라지는 경기력과 결과를 보여드리겠다. 꼭 보답하겠다. 그 생각뿐이다.”
[대전=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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