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 떠나… 고무배 타고 짜릿한 모험 떠나요[어린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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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면 그림책 속에 들어앉고 싶다.
엄마가 눈을 돌린 사이 아이는 작은 배를 타고 수풀로 향하는데, 여기부터는 글 없이 그림으로만 장면이 이어진다.
그림책에서 작은 배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간다.
이 그림책을 아이들이 보고 나면 자신만의 배에 몸을 싣고 모험을 하고 싶을까? 아니면 두려움 때문에 부두에 영영 머물겠다고 할까? 아이들은 자라면서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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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나만
사라 룬드베리 글·그림│봄볕
할 수 있다면 그림책 속에 들어앉고 싶다. 각박하고 까다로운 현실에서 발을 떼어 그림책 속으로 옮겨가고 싶다. 사라 룬드베리의 새 그림책 ‘오로지 나만’은 불과 두세 장만 넘겨도 그런 마음을 배가시킨다. 볕이 좋은 강가에 앉아 물 위를 노니는 오리 떼, 수영하는 사람들, 모래톱에 부서지는 물결 따위를 가없이 바라보고 싶게 만드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한 아이가 모래를 가지고 논다. 물길을 만들고 장난감 배를 띄운다. 버스와 자동차가 지나는 다리도 걸친다. 한 손에 자기를 대신하는 표범, 다른 한 손에 엄마를 대신하는 원숭이를 들고 자기가 지은 작은 세상을 누빈다. 곁에는 아이의 종알거림을 들어주는 엄마가 있다. 아이가 구명조끼를 입고 고무배를 타러 갈 때에도 엄마는 노를 챙겨 아이 뒤를 따른다.
“엄마는 부두고, 나는 배예요. 배는 부두에 단단히 묶여 있어요.” 아이는 부두에 묶인 밧줄 매듭을 엄마 도움 없이 자기 힘으로 푼다. 한 쌍으로 꽁꽁 묶여 있던 부두와 배, 엄마와 아이가 서로에게서 풀려난다. 엄마가 눈을 돌린 사이 아이는 작은 배를 타고 수풀로 향하는데, 여기부터는 글 없이 그림으로만 장면이 이어진다. 독자 역시 현실의 논리나 문법에서 떨어져나와 이 그림책의 고유한 리듬에 저절로 몸을 맡길 수밖에 없다.
그림책에서 작은 배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간다. 키 큰 나무들이 줄 선 숲과 벌목 현장을 지나 한적하고 아담한 집들과 정원, 빌딩과 차들이 가득한 도시, 시끌벅적한 놀이공원을 통과한다. 아이는 자신처럼 고무배를 탄 아이의 손을 당겼다 밀면서 춤추듯 함께 놀기도 한다. 어디든 갈 수 있을 것처럼 모험을 계속하며 상상력을 자극하던 작은 배는 정글에서 폭포를 만나 항해를 잠시 멈춘다. 아이의 모험을 처음부터 지켜보던 세 요정과 동물들은 위기에 처한 아이를 구출해 젖은 몸을 말려준다.
이 그림책을 아이들이 보고 나면 자신만의 배에 몸을 싣고 모험을 하고 싶을까? 아니면 두려움 때문에 부두에 영영 머물겠다고 할까? 아이들은 자라면서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한다. 수평선 너머 새롭고 신기한 것들을 만나고 싶어 한다. 어른들의 등 뒤에서 아이들은 자기 힘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못 본 사이에 저마다의 싹을 틔우는 아이들을 위해 안전한 부두가 되고 화분이 되어 기다려줄 시간이란 것을, 이 그림책을 본 어른들은 알게 될 것이다.
남지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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