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명 조력자 쓰레기… 인간의 미래를 위협하다[북리뷰]

김인구 기자 2024. 9. 2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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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고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쓰레기가 인류를 압도하는 시대.

쓰레기를 모르고서는 인류의 위협이 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쓰레기는 기원전 1만 년에서 기원전 6000년 사이, 인류가 한 장소에 정착하면서 비로소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생태계에 미친 영향으로 형성된 지질 시대를 의미하는 '인류세(Anthropocene)'에 이어, '쓰레기세(Wasteocene)'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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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의 세계사
로만 쾨스터 지음│김지현 옮김│흐름출판

더럽고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쓰레기가 인류를 압도하는 시대. 쓰레기 문제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6년 가정에서 버린 쓰레기의 양은 20억1000만t으로 추산된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파리 에펠탑 100여 개의 무게에 달한다. 특별한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2050년에는 이 쓰레기의 양이 34억t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야말로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엄청난 위협이다.

쓰레기는 무엇이고, 우리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나. 버리고, 태우는 쓰레기는 왜 더 늘어만 가는가. 쓰레기를 모르고서는 인류의 위협이 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쓰레기 경제의 전문가인 저자는 자본주의와 연결된 쓰레기 생산과 처리 방식을 중심으로 그 부작용의 역사를 짚는다.

어찌 보면 인류의 역사는 쓰레기의 역사와 같다. 쓰레기는 기원전 1만 년에서 기원전 6000년 사이, 인류가 한 장소에 정착하면서 비로소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한곳에 자리 잡으면서 인간은 배설물과 음식물 찌꺼기를 집 밖으로 내버렸다. 고대 이집트의 헤라클레오폴리스는 귀족들의 쓰레기를 수거해 나일강에 배출했다.

근대로 접어들면서 쓰레기는 역설적으로 체계화된 도시를 만드는 동력이 됐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도시들은 저마다 수거 체계와 인프라를 정비했다. 식민주의자들은 이런 도시를 통해 ‘질병이 없는 도시’라는 이상을 식민지에 제시했다. 쓰레기는 경제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쓰레기의 위협은 갈수록 커졌다. 쓰레기가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떠오른 건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량 소비시대로 진입하면서다. 늘어난 쓰레기는 ‘새로운 지형’을 만들었다. 미처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가 ‘쓰레기 산’으로, 바다에 버린 플라스틱이 거대한 ‘쓰레기 섬’으로 환경을 위협했다. 특히 슈퍼마켓이라는 대량 소비 형태가 전 세계로 확산한 1960년대 이후 물건이 과잉 공급되면서 포장재가 더 많이 쓰였고, 우리는 쓰레기에 파묻히게 됐다.

기후 위기를 지나 기후 붕괴라는 말까지 들린다. 인간이 생태계에 미친 영향으로 형성된 지질 시대를 의미하는 ‘인류세(Anthropocene)’에 이어, ‘쓰레기세(Wasteocene)’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우리는 편리한 소비만큼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사이 처리되지 않은 쓰레기는 저개발국가로, 바다 위로 퍼지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일상에서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더 많은 제한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동시에 대량 생산과 소비를 강요하는 경제를 돌아봐야 한다고 경고한다. 중요한 것은 세계의 쓰레기 생산과 처리 과정을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다. 428쪽, 2만6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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