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소외가 일상이 된 시대… 예술은 뭘 할 수 있을까[북리뷰]

2024. 9. 2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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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비평가 올리비아 랭의 '이상한 날씨'는 차별과 소외가 만연한 세상에서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묻고 답하는 책이다.

현대 사회는 위기가 만연한 시공간이다.

저자는 소외와 차별에 저항한 예술들을 열거하면서, 예술이 우리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보듬는지 살핀다.

올리비아 랭은 거대 도시가 낳은 문제점인 젠트리피케이션을 다루면서 그로 인해 소외된 사람들, 즉 성소수자, 약물의존자, 성매매 종사자들을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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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평론가의 서재

영국의 비평가 올리비아 랭의 ‘이상한 날씨’는 차별과 소외가 만연한 세상에서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묻고 답하는 책이다. 현대 사회는 위기가 만연한 시공간이다. 개인의 내밀한 문제는 물론, 사회적 소외는 끝 간 데 없다. 저자는 소외와 차별에 저항한 예술들을 열거하면서, 예술이 우리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보듬는지 살핀다. 영국은 1967년 성범죄 법(Sexual Offences Act)이 개정되기 전까지 남성 간 동성애 행위가 사적인 공간에서조차 불법이었다. 그럼에도 팝아트의 대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그 이전부터 “성 정체성을 솔직하면서도 유익한 방향으로 수용하는 법”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우리 달라붙은 두 소년(We Two Boys Together Clinging)’이나 ‘점착성(Adhesiveness)’ 등이 동성애의 요소가 담긴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이후 자연을 품으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한다.

올리비아 랭은 ‘퀴어 미학’에 대해서도 다루는데, “반항과 저항을 포착한 유일무이한 인물”로 클로드 카운을 꼽는다. 카운은 이미 1930년대부터 “젠더를 거부하는 예술 작품”을 선보인 초현실주의 사진작가이자 작가다. 카운은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기이한 초상 사진”을 많이 찍었다. 창조적 저항 운동에 헌신한 카운은 독일 점령 직후 “독일 병사처럼 입고 행군에 잠입해 체제 전복적인 영국 신문 기사의 번역문을 배포”하기도 했다. 저자는 퀴어 예술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하면서도 “퀴어 예술가들이 남기고 떠난 작품은 그들의 기록이자 꿈이며 비통하게 제약당한 삶이 낳은 멋진 열매”라고 평한다.

올리비아 랭은 거대 도시가 낳은 문제점인 젠트리피케이션을 다루면서 그로 인해 소외된 사람들, 즉 성소수자, 약물의존자, 성매매 종사자들을 언급한다. 저자에 따르면, 뉴욕의 젠트리피케이션은 다채롭고 활기 넘치는 도시 뉴욕을 “균질하고 단조로운, 오직 부유층 백인들만을 위한 구역”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현실을 직시한 작가 세라 슐먼의 ‘마음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of the Mind)’은 “죽음과 소멸, 망각에 관한 격렬하고 열정적이며 도발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현대 사회의 모순을 짚어낸다고 저자는 밝힌다. 현대 사회의 위기는 하나의 원인에서 촉발되지 않는다. 다양한 층위의 문제들이 이합집산하며 우리의 삶을 위협한다. 소외와 차별 역시 마찬가지다. 문학과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예술은 그 문제들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는 데 일조한다. 드러난 문제들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은 결국 연대의 힘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상한 날씨’는 예술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준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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