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3 꿈꾸는 ‘인도의 민낯’… 통계·영화속 이야기로 까발려[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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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인도계 미국인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도가 미국·중국과 나란히 'G3'(주요 3개국)에 들 것이라는 시각은 어불성설이다.
영화와 데이터를 통한 저자의 비판은 '공화국 인도'의 역사를 겨냥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도는 대량의 일자리 창출, 국민 보통교육의 확대 등의 선순환 속에서 여성 인권을 신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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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쇼카 모디 지음│최준영 옮김│생각의힘
“인도의 정보기술(IT) 보석은 밝게 빛났다. 그러나 빛나지 않는 인도는 어땠을까?”
저자는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인도계 미국인이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인도 시민권을 포기했다. 다만 “마음속으로는 인도인”이라며 모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그 마음을 되새기며, 경제학자이자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서 쌓은 전문성으로 인도의 실상을 파헤친다. 저자에 따르면 인도가 미국·중국과 나란히 ‘G3’(주요 3개국)에 들 것이라는 시각은 어불성설이다. 책의 원제는 ‘India Is Broken’(무너진 인도).
인도가 IT 산업 강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때는 1990년대다. 당시 현지에서는 ‘사티야’(진실·satya)라는 영화가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일자리를 찾아 뭄바이에 도착한 주인공은 “어떤 종류의 일이라도 할 건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범죄라도 저지를 수 있겠느냐는 의미다. 그러고는 범죄자가 된 이들이 자식에게 영어 교육을 시키며 자부심을 갖는 모습이 이어진다. 인도가 G3 운운하는 이면에는 일자리 부족과 사회적 폭력이 인민의 일상에 배어 있다는 메시지다.
이 책은 23개의 장마다 서로 다른 영화 이야기들이 나온다. 인도의 실상을 들춘 영화를 활용해 관련 데이터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저자는 ‘사티야’를 언급한 대목 위에 인도 인구 100명당 유·무선전화, 인터넷 등 연결 대수를 조사한 세계은행의 통계 그래프를 대비시켰다. IT 강국이라지만 그 시절 인도 국민에게 제공된 IT 인프라는 방글라데시·스리랑카·중국 등 인접국에 비해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또 일자리 창출이 빈약한 IT 특성상, 관련 산업은 4억2000만 명의 당시 경제활동인구 중 130만 명을 고용하는 데에 그쳤다는 점도 보여줬다. 영화 장면을 실증적 데이터로 뒷받침한 셈이다.
영화와 데이터를 통한 저자의 비판은 ‘공화국 인도’의 역사를 겨냥한다. 책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947년부터 현재까지 인도를 다룬다. 초대 총리였던 자와할랄 네루는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화를 추진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소 제조업은 “어린애들의 장난에 불과하다”고 무시했다. 저자에 따르면 인도는 대량의 일자리 창출, 국민 보통교육의 확대 등의 선순환 속에서 여성 인권을 신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했다. 인도의 악명 높은 ‘카스트’를 허물어뜨릴 길이기도 했다. 그러나 네루의 그릇된 판단으로, 정부가 중화학에 정신을 빼앗긴 동안 국민 대부분은 전근대적 농업 사회에 머물렀다.
네루의 딸 인디라 간디는 한술 더 떴다. 독재 집권한 그는 “(국민이) 글을 깨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겠다. 그것이 서구에 무엇을 해줬나? 사람들이 더 행복해졌나”라며 보통교육의 필요성을 깎아내렸다. 심각하게 낮은 문해율·높은 빈곤율 등과 맞물려 전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 등 통계로 나타나는 인도의 현주소는, 네루 부녀의 집권기부터 켜켜이 쌓인 결과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은 네루에서 시작되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썼다. 근거 없는 장밋빛 G3 전망에 앞서 현실 직시가 먼저라는 ‘마음속 인도인’의 결론이다. 632쪽, 3만2000원.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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