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연승’ 고려대 독주체제 굳히기? 호랑이와 독수리의 52번째 맞대결
[점프볼=서호민 기자] 고려대와 연세대, 연세대와 고려대의 52번째 정기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7일 오후 5시 고양체육관에서 대학스포츠 최고의 축제인 2024 정기전이 열린다. 고려대와 연세대, 연세대와 고려대의 자존심까지 걸려 있는 승부인 만큼, 단순히 농구 경기 이상의 의미가 부여된다.
▲ 올해 두 번의 맞대결, 과연 어땠을까?
고려대와 연세대는 올해 들어,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MBC배 대회 결승전에서 첫 만남을 가진 뒤, 지난 2일 사실상의 정규리그 1위 결정전에서 재회했다. 고려대는 두 경기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MBC배 대회 우승, 정규리그 1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첫 대결인 MBC배 대회에선 고려대의 문유현(181cm, G)-이동근(198cm, F,)-유민수(200cm,F) 2학년 트리오가 제 몫을 다했다.
슈터 심주언(190cm, G)의 알토란같은 활약도 눈부셨다. 심주언은 3점슛 5개를 폭발, 깜짝 활약을 펼치며 결승전 주인공이 됐다.
연세대는 이규태(199cm, F,C)와 김승우(192cm, F)가 33점을 합작하며 분전했지만, 고려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규리그 1위가 걸려 있던 9월 맞대결에서도 고려대가 웃었다. 전반까지 팽팽한 흐름을 유지했지만, 후반 들어 고려대 쪽으로 경기가 완전히 기울었다.
초반에는 연세대의 흐름이 나쁘지 않았다. 이유진(199cm,F)과 김승우가 내외곽의 조화를 이루며 고려대를 압박했다.
그러나 고려대의 진가는 후반 3, 4쿼터 빛났다. 3쿼터 윤기찬, 김태훈 등 윙맨을 앞세운 수비가 위력을 발휘하며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 여기에 공격도 폭발했다. 김태훈이 12점을 쓸어담았다. 고려대는 21점을 넣는 사이 9실점만 하며 멀찍이 달아났다.
▲ 뚫느냐, 막느냐...창과 방패 싸움
고려대와 연세대의 맞대결은 창과 방패 싸움인 셈이다. 고려대는 리그 13경기에서 평균 78.6점을 올리고, 평균 60.8점을 허용했다. 공격보다 수비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연세대는 13경기에서 평균 80.1득점하고, 평균 60.6실점했다. 수비도 탄탄하지만, 고려대와 비교할 때 공격력이 더 돋보였다. 다만, 맞대결에서는 결과적으로 두 경기 모두 지는 바람에 이런 기록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 참고로 연세대는 고려대와 두 차례 맞대결에서 60점 이하의 허약한 공격력을 보였다.
연세대는 지난 MBC배 대회(9개-8개), 대학리그 맞대결(7개-5개)에서 고려대보다 더 많은 3점슛을 넣고도 졌다. 이유가 있다. 고비마다 고려대의 3-2지역방어, 압박수비에 실책을 연발, 공격의 맥이 뚝 끊기는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지난 2일 대학리그 맞대결에서도 그랬다.
연세대는 고려대와 2경기에서 총 15개(11개, 14개)의 실책을 범한 가운데 18개(9개, 9개)의 스틸을 허용했고, 결과는 패배였다. 즉, 연세대로선 앞선 두 번의 맞대결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고려대의 수비를 뚫어낼 또 다른 변수가 필요하다.
홀로 경기운영 부담을 떠안게 된 이주영(189cm,G)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절실하며 1학년 김승우, 이유진이 공격에서 활로를 뚫어줘야 할 것이다. 김보배(203cm,F,C)와 강지훈(202cm,C), 안성우(184cm,G)가 부상을 털고 점차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고려대 역시 전력에서 이탈해있던 박정환(181cm,G), 박준형(190cm,F)이 부상을 털고 정기전 출격 준비를 마쳤다. 본래 고려대 핵심 전력이었던 둘의 복귀로 고려대 전력은 확실히 업그레이드되며 체력적으로도 분산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불안요소도 있다. 3점슛과 리바운드다. 고려대의 팀 3점슛 성공률은 27%(평균 5.8개 성공)로 6위, 평균 리바운드는 40.3개로 7위에 머물러 있다.
▲ ‘승부의 키’ 야전사령관 맞대결, 문유현 vs 이주영
앞선에서 만날 문유현과 이주영의 자존심 대결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U18 대표팀 시절만 해도 이주영이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며 문유현을 압도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대학 진학 이후 현재 둘의 위치는 완전히 달라졌다. 문유현은 현재 자타가 공인하는 대학리그 최고 가드다. 프로 관계자들 역시 가장 눈여겨 볼 정도로 기량이 성장했다.
연세대는 이민서, 이채형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이주영이 앞선을 끌어가야 하는 중책을 떠안았다. 윤호진 연세대 감독은 큰 경기를 즐길 줄 아는 이주영에게 내심 기대를 걸었다.
윤호진 감독은 “데자뷔(웃음)”라며 “예전에 양준석(LG)이 부상 당했을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 그 때 이민서가 양준석을 대신해 주전 가드 중책을 맡았는데 이주영도 똑같은 상황이다. 아마 이주영도 이민서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그 때 이민서는 플레이스타일에도 변화를 가져갔었는데, 이주영에게는 완전히 1번 역할을 바라는 건 아니다. 자신의 강점인 공격적인 성향을 잘 살리면서 팀원들을 살릴 때는 살려줬으면 한다. 동국대와 한양대 경기에서는 그런 모습이 잘 나왔다”라고 바랐다.
▲ 역대 전적 24승 5무 22패, 고려대 약소 우위
고려대와 연세대는 51번의 맞대결에서 24승 5무 22패로 고려대의 약소 우위다. 고려대는 2011년부터 8승 1무 2패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1965년부터 시작된 정기전은 1970년대까지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 그러나 1988년부터 연세대가 6연승을 거두며 우위를 보였다. 2000년대 들어선 연세대의 초반 우세, 중반부터는 고려대가 앞서며 한쪽에 치우치는 모습이었다. 2010년대는 그야말로 ‘고려대 천하’였다. 2017년과 2018년에 연세대가 기세를 꺾었지만, 고려대는 2011년부터 8승 1무 2패로 압도적인 격차를 보였다.
사실 정기전에서 역대 전적은 큰 의미가 없다. 한해 성적에 따라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기 때문. 고려대는 연세대 전 10연승을 질주 중이다. 정기전만 놓고 봤을 때도 2019년부터 3연승을 달리고 있다. 최근 맞대결 전적이 워낙 한쪽으로 쏠리기에 예년보다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양교의 자존심을 건 맞대결이 곧 팁오프를 알릴 예정이다. 객관적인 전력차도 중요하지만 정기전 특성상, 응원 등 환경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코트에서 얼마나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는지도 승부를 가를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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