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속 결석, 이젠 자율주행 로봇이 찾아 부순다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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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왕복선 로봇팔 연구 권동수 대표, 로봇기술을 국내의 의료 분야에 적용 신장결석 수술 로봇 '자메닉스'는 가느다란 뱀을 닮았다.
3㎜ 요관 통해 수술 안정적으로 진행 이들의 첫 작품인 자메닉스는 로봇 신장결석 제거술(RIRS) 부문에서 높은 기술력을 자랑한다.
신장결석 제거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밀도다.
조 교수는 이미 세브란스병원 이주용 교수팀과 함께 2022년 1월부터 4개월간 신장결석 환자 46명을 대상으로 자메닉스를 이용한 연성 내시경 결석 제거술을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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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왕복선 로봇팔 연구 권동수 대표
로봇기술을 국내 의료 분야에 적용
신장결석 수술 로봇 ‘자메닉스’는 가느다란 뱀을 닮았다. 단순한 모양이지만 성능은 놀랍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연성 내시경을 장착하고, 지름 3㎜에 불과한 요관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간다. 크기가 커져 소변으로 배출되지 못한 결석을 찾아내 레이저로 잘게 부순 뒤 몸 밖으로 빼낸다.
자메닉스는 인간의 손이 닿기 힘든 곳에 로봇을 보내 작업을 수행하는 원격조종로봇 기술(Telerobotics)을 기반으로 한다. 원격조종로봇 기술은 의료뿐만 아니라 우주, 방사능 작업 현장 등에서도 활용된다.
자메닉스를 만든 ‘로엔서지컬’의 권동수 대표는 미국 조지아공대 재학 시절,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우주 왕복선 궤도에서 탑재물을 배치하고 조종하는 일종의 로봇 팔(스페이스 셔틀암)을 연구한 경험이 있다. 이후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에서 핵폐기물을 다루는 원격조종로봇 개발 연구에도 참여했다.
국내로 돌아온 권 대표는 원격조종로봇 기술을 의료 분야에 적용했다. 1995년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한 뒤 국내 최초로 ‘의료 로봇 개발·연구’ 국가 과제를 맡는 등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국내외에서 의료용 로봇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았다. 이러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은퇴 생활을 즐길 수 있었지만, 2018년 그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카이스트 제자들과 함께 수술 로봇 기업 로엔서지컬을 창업한 것이다.
3㎜ 요관 통해 수술 안정적으로 진행
이들의 첫 작품인 자메닉스는 로봇 신장결석 제거술(RIRS) 부문에서 높은 기술력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까지 접목해 안전성·정밀성·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장결석 제거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밀도다. 특히 환자가 숨을 쉴 때 결석의 위치가 움직이기 때문에, 숙련도가 낮은 의사가 수술할 경우 레이저가 결석을 부수는 과정에서 다른 조직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자메닉스의 AI 기술은 환자의 호흡까지 계산해 레이저가 정확히 결석만 부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의사 입장에서는 한결 안정된 환경에서 수술할 수 있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AI는 레이저가 쪼갠 결석이 요관을 통과할 수 있는 크기인지 판단해 수술 안전성을 높인다.
자메닉스는 자율주행 기능도 갖추고 있다. 내시경이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요관과 신장 내부의 결석 위치까지 자동으로 이동한다. 여러 차례 요도를 왕복하는 과정이 훨씬 수월해지며, 몸에 가해지는 손상도 줄어든다. 지름 2.8㎜ 유연 내시경 로봇과 이를 작동시키는 컴퓨팅 장비만 있으면, 기존에 의사 2명이 하던 수술을 의사 1명이 할 수 있게 된다.
지난달 서울대병원에서는 수술 생중계 행사가 열렸다. 자메닉스를 이용한 수술 현장을 직접 보고 싶다는 국외 의료진의 청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서울대병원 조성용 비뇨의학과 교수는 ‘로봇 내시경 쇄석술’을 세계 각지에서 온 비뇨기과 전문의들 앞에서 진행했다. 조 교수는 이미 세브란스병원 이주용 교수팀과 함께 2022년 1월부터 4개월간 신장결석 환자 46명을 대상으로 자메닉스를 이용한 연성 내시경 결석 제거술을 진행해왔다. 평균 결석 크기는 14㎜였으며, 평균 수술 시간은 95분, 1개월 뒤 평가한 결석 제거율은 93.5%에 달했다. 지난해 3월 유럽비뇨의학회 정기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해 ‘최우수 비디오 연제상’을 받기도 했다.
AI 기술 사용해 환자의 호흡까지 계산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로엔서지컬 창업 3년 만인 2021년, 자메닉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혁신의료기기에 선정됐다. 창업 4년 만인 2022년에는 식약처의 제조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혁신의료기술로 선정됐으며, 올해부터 3년간 비급여 또는 선별급여로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다.
로엔서지컬은 올해 하반기부터 자메닉스의 신의료기술 등재를 위해 5개 기관에서 232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초 임상연구가 끝나면 진료 목적으로 전환해 병원 내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후 3년간의 임상 근거를 기반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신의료 등재 평가를 통해 급여 포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로엔서지컬 측은 “자메닉스의 기술은 현재 신장결석에 특화돼 있지만, 이후 관내 수술이 가능한 모든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 소화기내과에서 담관·췌관, 호흡기내과에서 폐, 혈관내과에서 심장, 그리고 부인과에서도 개발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내시경 지름 크기도 요관은 3㎜, 식도는 15㎜, 항문은 25㎜ 등으로 다양해 여러 수술에 활용할 수 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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