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군의 레바논 맹폭으로 민주당지지 미시간주 무슬림 태도 변화
바이든 정부의 이군 무기 지원 비난.. 이탈표 늘어날듯
[디어본( 미 미시간주)=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전역에 맹렬한 폭격을 퍼붓는 중동전의 악화로 인해 바이든의 민주당을 지지하던 미국 미시간주의 아랍계 주민들 사이에서 항의시위가 터져 나오면서 민주당의 선거전에 타격을 입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일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의 주요 구성원과 지지 세력의 확고한 확보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시간주의 국내 최대 아랍계 주민들의 중심지인 디어본에서 열린 25일의 군중 집회에는 하루 전부터 디어본의 최고 지도자들이 미리 잘 조직해 둔 행사에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공격한다며 레바논에서 이미 600명 이상의 민간인들을 살해한 데 대해서 강력한 항의와 분노를 표출했다.
녹색과 빨간 색의 레바논 국기 수 백개가 디어본의 밤하늘을 가득 채웠다. 연설에 나선 사람들은 한결 같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정부가 이스라엘에 무기를 계속 제공했기 때문에 이번의 두번째 이스라엘의 대공세가 가능했다고 비난했다.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싸운다는 명분으로 이스라엘군이 이미 수 천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낸 상황에서 다시 레바논에서도 똑같은 대량학살을 자행하게 된 것이 미국의 원조 때문이라고 이들은 목청을 높였다.
디어본의 민주당 시장 압둘라 하무드(34)는 군중을 향해서 "우리는 폭탄으로 모든 학교를 폭격하고 아이들을 공격해서 산산조각을 내는 그런 정부를 지원하는 미국 대통령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이런 우리의 메시지, 우리의 가치관을 우리는 11월 대선의 현장에까지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민주당에서는 아랍계 주민이 많은 디어본의 이 30대 시장을 비롯한 지도자들에게 몇 달 동안이나 지지를 호소해왔다. 하무드 시장은 8월에 해리스 후보를 만나기도 했다.
레바논 출신 이민의 아들인 하무드시장은 25일 연설에서 "나는 이 곳에 어떤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나온 게 아니다. 아직까지 내가 투표하기로 결정한 후보는 없다"고 말했다.
해리스와 트럼프의 선거본부는 모두 이 곳의 아랍계 주민들에게 공을 들여왔다.
바이든 정부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정책에 실망한 이 곳의 민주당원 사이에서도 의견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는 해리스가 대선 후보로 나서게 된 이후로는 이 곳 주민에 대한 설득에 진전이 좀 있었다고 낙관하고 있었다.
하지만 25일의 집회를 조직한 이 곳 아랍계 미국인 신문발행인인 오사마 시블라니는 이 곳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다음에 모든 선의는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해리스가 처한 상황은 바로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에서 물러나기 직전에 처했던 것과 똑같다고 보고 있다.
시블라니는 "두 달 전만해도 우리는 이 곳 주민들에게 해리스는 다르다고 주장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사람들은 해리스가 다른 점이 있다는 확신이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민심의 방향을 보고 실망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부지런히 공략하고 있다. 이번 주 초에 그는 미시간주의 햄트랙 시의 무슬림 시장이며 민주당 소속인 아미르 갈립의 지지 성명을 얻어냈다.
24일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압바스 수반이 트럼프 막내딸의 시아버지인 마사드 불로스와 만나서 트럼프와 아랍 · 무슬림 주민들과의 친분 쌓기에 앞장 서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만남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아랍계 미국인 모임의 비샤라 바흐바 회장이 함께 했지만, 그는 자세한 협의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미국의 아랍계 주민들 단체와 하무드 시블라니 같은 지도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슬림계 국가들로부터 들어오는 이민들을 불허하고 배척하는 이른바 "무슬림 입국금지령"을 내린 때문에 그를 극도로 혐오하고 반대해왔다.
미시간 주민 대다수는 최근 며칠 동안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향한 전쟁을 확대하고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을 무차별 폭격해 살해하는데 대항해서 결속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은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이후로 최악의 공격이어서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미시간주는 전국에서 아랍계 국민이 가장 많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주민의 약 4분의1이 레바논계의 후손이다.
디트로이트와 디어본 시를 포함하고 있는 웨인 카운티에서는 2020년 인구 센서스 결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 출신 인구 13만 9751명 가운데 약 34%가 레바논 출신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민주당을 지지해왔던 주민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전화기를 집어 들고 이스라엘 정부에게 전쟁을 그쳐라, 안그러면 앞으로 무기를 더 이상 주지 않겠다고 말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지 않는다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와 해리스, 어느 쪽에도 투표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초박빙의 이번 미국 대선에서 미시간주를 포함한 미국의 아랍 인구는 지금 민주당 지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발 프라이머리 이후로 약 10만 명이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해리스는 대선 후보가 된 뒤 이 곳을 방문해서 디어본 시장과도 만났지만 이 곳 주민 지도자들은 재차 해리스 지지를 천명하거나 투표를 약속하기엔 심리적으로 너무 먼 거리에 놓여 있다.
디어본 시의회의 무스타파 하무드 의원은 얼마전 까지 민주당원이었지만 레바논 공습을 보고 민주당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AP기자에게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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