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작업자 2명 피폭’ 삼전 기흥사업장에 과태료 1050만원

구혁 기자 2024. 9. 2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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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장치 임의 조작으로 작동안해…8대중 3대 같은 상태
사업자 초동 조치에 대해선 “원안법 위반으로 보긴 어려워”

지난 5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사건은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도록 임의 조작돼 일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임의 조작 경위에 대해선 검찰에 수사 의뢰를 검토하기로 했다.

원안위는 26일 제201회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방사선피폭 사건 조사 결과 및 조치계획’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원안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은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장치를 임의로 해제해 사용하고, 방사선이 차폐되지 않는 상태에서 사용하는 등 관련법을 위반했다. 그 결과 지난 5월 27일 반도체 웨이퍼의 품질을 검사하는 X선 장치의 고장 수리 과정에서, 정상적이었다면 전원이 꺼져야 했을 X선 방출장치가 작동해 정비 중이던 작업자 2명이 손 부위에 선량한도를 초과해 피폭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손 부위에 부종과 홍조, 박리 등 증상을 보여 치료받았으며, 2명 모두 피부(손) 피폭 정도인 등가 선량이 각각 94Sv, 28Sv로 안전 기준치인 연간 0.5㏜를 크게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사건 발생 당시 안전장치인 ‘인터락’의 배선이 임의로 조작돼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방사선을 막는 차폐체가 분리되면 인터락이 작동해 방사선 방출이 중단됐어야 하나 작동하지 않았고, 차폐체를 들어낸 뒤 정비에 나선 작업자 2명이 피폭됐다고 원안위는 설명했다. 배선 임의 조작 경위와 관련해 원안위는 인터락 교체·재장착 등 과정에서 이격이 발생해 정상 상태에서도 X선이 방출되지 않자 배선을 임의로 변경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X선이 방출되면 켜지는 경고등도 기존의 필라멘트식 전구에서 소형 LED 전구로 교체돼, 피폭된 작업자 2명은 당시 경고등이 켜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해당 사업장엔 이 장비가 총 8대 있는데, 이 중 사고가 발생한 장비를 포함해 3대가 이 같은 임의 조작이 가해진 상황이었던 점도 확인됐다. 다만 사고 장비의 정비 이력이 최근 2년 치밖에 없었고, 최근 3년 내 정비 이력이 있는 37명 전원을 조사했으나 임의 조작을 가한 작업자와 시점은 확인하지 못했다. 아울러 정비작업과 관련한 방사선안전관리자의 검토 및 승인 절차가 없었고, 장비 판매자로부터 받은 사용·운영·보수 및 관리 방법, 취급금지사항 등에 관한 자료도 활용하지 않는 등 절차와 관리 감독도 부적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안위는 전체적으로 방사선안전에 대한 관리 감독 절차·이행 미흡으로 인해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사건 발생 이후 기흥사업장의 초기 대응 자체는 원자력안전법 규정 위반으로 보긴 어렵다고 봤다.

원안위는 장비 안전장치 임의 해제에 대해 최대 450만 원, 작업자가 안전 기준치인 선량한도를 초과해 피폭된 것에 대해 방사선장해방지조치 미준수로 최대 600만 원 도합 1050만 원의 과태료를 처분하고, 안전장치 임의 조작 경위에 대해선 검찰에 수사 의뢰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원안위는 향후 피폭자 2명의 치료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10월 이후 신고대상 방사선기기에 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신고대상 방사선기기 취급 기준에 판매자 제공 자료를 이용한 절차 마련을 규정화하고, 방사선안전관리자 교육도 기존 선임 시 1회에서 주기적 교육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안전장치나 경고등을 조작할 때는 다시 신고하도록 하는 규제도 마련키로 했다. 아울러 신고대상 방사선기기를 30대 이상 보유한 전국 62개 사업장에 대해 방사선안전감독, 절차 확인 등 실태점검을 내달 중 추진해 추가 제도개선 사항을 찾기로 했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은 사건이 일어난 설비의 자체 안전성 강화를 위해 배선 연결방식 개선 등 시정조치 계획을 원안위에 밝혔다. 신고대상 방사선기기의 유지보수 작업은 전문업체를 통해 수행하고, 이력을 철저히 관리하며 작업자의 선량계 착용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운영 절차에 유지보수 작업 시 전원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종사자 교육을 실시하고 최신 설비 교체도 추진키로 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별도로 원안위는 기흥사업장 특별 점검 결과 허가대상 기기와 관련해 방사선작업종사자 교육과 건강진단 및 피폭 관리에 있어서도 원자력안전법 위반사항을 확인해 이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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