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왕’ 김병만 “‘죽어야 하나’ 싶었던 시절, 나무와 흙으로 일어났어요”[단독인터뷰 ②]

하경헌 기자 2024. 9. 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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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7일 방송 예정인 TV조선 예능 ‘생존왕’을 통해 정글 콘텐츠에 다시 도전하는 개그맨 김병만이 지난 24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개그맨 김병만이 또다시 정글 콘텐츠로 돌아온다. 그는 다음 달 7일 첫 방송 되는 TV조선 예능 ‘생존왕:부족전쟁’(이하 생존왕)에 출연한다. 김병만은 ‘생존왕’ 첫 방송에 앞서 ‘스포츠경향’과 단독으로 만나 소회를 밝혔다. (①에서 계속)

‘개그콘서트’를 만나 ‘정글의 법칙’을 만났던 때까지의 시간이 10년, 또 ‘정글의 법칙’이 시작한 후 지금까지의 시간이 10년이다. ‘정글의 법칙’을 만났던 초기 그는 절친인 이수근을 따라 SM C&C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정글의 왕’이 됐지만 ‘정글의 법칙’이 끝난 2021년부터는 그의 삶에서 마치 동굴 속의 시간과도 같았다.

다음 달 7일 방송 예정인 TV조선 예능 ‘생존왕’을 통해 정글 콘텐츠에 다시 도전하는 개그맨 김병만이 지난 24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2021년 ‘정글의 법칙’이 멈춘 이후 2022년에는 꼭 효도하며 잘 모시겠다고 다짐했던 어머니를 갯벌의 밀물에 잃고 말았다. 지난해에는 결혼 10년 만에 이혼 소식도 전했다. 마치 비가 내린다면 한꺼번에 몰아치는 것이었을까. 삶의 이유를 알지 못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부분은 그 시련의 하나였지만 어찌 보면 다 연관된 일들의 연속이었어요. 조금 뭔가가 해결되면 새로운 힘든 것이 왔고, 큰 바위가 지나간 후 ‘또 오지 않겠지’라고 생각하면 또 눌리는 상황이 반복됐죠. 정말 ‘진짜 죽으라는 건가’라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어요. 방송을 업으로 살았지만, 더는 방송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이 빠진 상태였거든요.”

개그맨 김병만이 출연하는 TV조선 예능 ‘생존왕’의 한 장면. 사진 TV조선



그즈음 이른바 연예인 ‘똥군기’와 관련한 논란이 일어나면서 그에게 불똥이 튀었다. 일부의 이야기와 추측, 단편적인 사실을 서로 뭉치며 덩치를 불려 그를 쫓아왔다. 이렇다 할 잘못을 한 적이 없고, 방송에 출연하지 않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그에게 ‘자숙을 하라’는 말들이 이어졌다. 그해 겨울 혼자 또는 매니저와 함께 전국을 70만보 걸으며 헤맸다. 패닉이 오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저는 촌놈 출신이라 그저 나무 냄새, 흙냄새가 너무 좋아요. 사는 곳도 서울 외곽으로 옮기고 아무 말 없이 나무만 만지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었어요. 나름대로 일기도 쓰면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죠. 처음에는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하는 푸념 위주였다면, 조금씩 앞으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들을 떠올리게 됐어요.”

개그맨 김병만이 출연하는 TV조선 예능 ‘생존왕’의 한 장면. 사진 TV조선



황창현 신부의 이야기 ‘모아놓은 것은 내 돈이 아니다. 쓴 것이 내 돈이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렇게 뉴질랜드 북섬의 45만평 땅에 꾸린 ‘병만월드’에 매달렸고, 경찰서와 군부대의 재능기부 특강, 네팔에 1호 학교와 2호 학교를 지었다. 처음에는 일의 가격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일의 가치에 집중한다. 자연과 함께 하는 방송인이 되기 위해 배웠던 일들이 그를 지탱했다. 그는 집도 짓고, 의자도 만들고 또한 마을도 만들면서 마음속의 무너진 집을 다시 지어 올렸다.

“사실 ‘생존왕’을 하면서도 좋았던 것이 서로 ‘죽자’고 하는 경쟁은 아니에요. 경쟁자지만 생존이 필요한 시기에는 서로 돕기도 하고 협동과 경쟁을 병행하는, 친한 경쟁자인 거죠. 힘든 촬영이었지만 얼굴도 붉히지 않고 즐거운 분위기로 찍었어요. 예전에는 힘이 남아돌아 화도 냈다면 이제는 그럴 힘도 없어요. 그럴 힘이 있다면 생존하고 꿈을 꾸는 데 써야죠.”

다음 달 7일 방송 예정인 TV조선 예능 ‘생존왕’을 통해 정글 콘텐츠에 다시 도전하는 개그맨 김병만이 지난 24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최근 ‘정글밥’의 김진호PD는 프로그램의 제작발표회에서 김병만과 오해를 풀었다고 이야기했다. 김병만은 ‘정글밥’에 출연하는 후배 이승윤과도 연락했다. 대뜸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승윤에게 김병만은 응원의 말을 건넸다. 자신의 유튜브도 있고, ‘생존왕’도 있고 또한 뉴질랜드의 ‘병만월드’도 있다. 그의 지나온 길에도 많은 것이 있었지만, 앞으로 나가야 할 곳에서 더 많은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최근 12년 만에 예전에 같이 일하던 매니저 이현구 대표와 다시 손을 잡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달인’ 때 공연만 열심히 하던 때가 그립더라고요. 그때는 앞만 보고 달려도 많은 분들이 박수를 쳐주셨거든요. 무언가 더 올라가니까 조심할 것도 생각할 것도 많아지더라고요.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 문득 이현구 대표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저도 50이 넘었고, 저를 잘 아는 편한 사람들과 일하고 싶어졌어요. 청도코미디페스티벌을 시작으로 공연도 계속할 거예요.”

‘개그콘서트’로 10년, ‘정글의 법칙’으로 10년. 김병만은 스스로 가졌다고 느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TV로 그 광경을 봤을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 다가가 눈을 맞추며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때론 외로웠고, 괴로웠을 그 길의 끝에서 이제는 더 많은 사람과 부대끼고 몸을 비비며 행복하고 싶다. ‘생존왕’은 스스로에 대한 암시, 출발과 같은 프로그램이다. ‘달인’ ‘정글’…. 김병만을 일컫는 말들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늘 바라본 것은 자연 그리고 그 안의 사람이었는지 모른다. 김병만은 그 앞에서 이제 다시 웃을 수 있다. (끝)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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