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에, 차문에 끼어…아이 골절 치료, ‘성장판’ 꼭 살피라 [건강한겨레]

우리 가족 홈닥터 : 건강한겨레-서울대병원 공동기획 1 어린이와 손 부상

손 부상은 어린이가 응급실을 찾는 흔한 질환 중 하나다. 응급실 방문 손 부상 어린이의 약 20%는 골절 환자다. 어린아이의 손가락 골절 때는 성장판이 다쳤는지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산부인과에서 응급의학과까지 서울대병원 28개 진료과 전문의들이 어린 자녀와 중년 부부, 할아버지·할머니 등 성별·나이별로 다양한 우리 가족에게 꼭 필요한 건강 관리 팁과 최신 의학 지식을 알려줍니다. 연재물이 모이면 우리 가족의 건강 문제를 가장 먼저 상의할 수 있는 ‘홈닥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격주 연재.

소아응급실을 찾는 흔한 질환 중 하나가 손 부상이다. 미국에서 진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소아응급실을 찾는 환자 가운데 손 부상 환자는 약 1.7%를 차지한다고 하며, 연간 1천 명의 아이당 11.6명 정도 발생한다고 한다. 어린아이의 경우 주로 집 안에서 손 부상이 발생하는데, 가장 흔한 기전은 문에 손가락이 끼는 것이다. 또한 아이의 손가락이 낀 채로 자동차 창문을 올려서 손가락 부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형태의 손상이 발생하면 주로 손톱 아래 조직이 찢어지거나 손가락 끝의 뼈가 골절될 수 있다. 손톱 아래 조직이 손상되면 손톱 아래에 피가 고이게 되고 이 부위의 압력이 올라가게 되어 아이는 심한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손톱 아래 조직이 심하게 찢어진 경우라면, 이 손상 부위를 잘 봉합해줘야 손톱 변형을 예방할 수 있다.

만약 골절이 있다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지만, 많은 경우 뼈가 심하게 어긋나지는 않아 대부분 부목 고정만으로도 잘 치료된다. 다만, 이때 손톱이 중요한 부목 역할을 하기 때문에 손톱 밑부분이 빠지거나 들려 있다면 손톱을 원래 위치에 다시 잘 넣어서 고정해줘야 한다. 또한 손가락을 다칠 때 손톱이 완전히 빠진 경우라면 꼭 손톱을 가지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손톱을 원래 위치에 잘 고정해야 손상 부위의 통증도 줄어들 수 있고, 새 손톱이 끼워놓은 손톱을 따라서 잘 자랄 수 있다.

문에 손가락이 끼어 부상을 입은 4살 남자아이 손가락 엑스레이 이미지. 오른쪽 약지 손가락 윗부분에 골절된 모습이 보인다. 서울대병원 제공

한편, 손가락이 문이나 창문에 끼여 발생한 손상의 경우 혈관 손상도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손가락 끝의 색깔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손가락 끝이 하얗게 된다면 동맥 손상을 의심할 수 있고, 보라색으로 짙어진다면 정맥 손상을 의심할 수 있다.

응급실을 방문하는 손 부상 어린이 환자의 약 20%는 골절이 있다고 한다. 골절이 발생하면 골절 부위가 심하게 붓고 골절 부위를 누르면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많이 어긋나지 않은 골절, 비교적 안정적인 골절은 수술 없이 부목 고정만으로도 잘 치료된다. 하지만 뼈가 어긋난 정도가 잘 맞춰지지 않거나 불안정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수술장에서 방사선 영상을 보면서 뼈를 맞추고 핀을 넣는 방법을 가장 흔히 사용하는데, 수술 과정에서 성장판 손상 위험이 있기 때문에 많은 경험과 정교함이 요구되는 수술이다. 어린이의 뼈에는 성장판이 있기 때문에 이 부위에 골절이 생긴다면 성장 장애로 인한 각변형 혹은 길이 단축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성장판 주위 골절이 발생한 경우에는 골절이 잘 치료됐더라도 1~2년 정도 정기적으로 방사선 영상을 촬영하여 성장이 잘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골절 부위의 뼈가 정확하게 맞춰지지 않아 각변형이 있는 상태로 뼈가 붙게 된 경우라도, 잔여 성장이 남아 있다면 골절 부위에서 리모델링이 일어나며 각변형이 개선될 수도 있다. 손가락 골절은 손가락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손가락인 엄지손가락이나, 뼈가 가장 약한 새끼손가락에서 흔히 발생한다. 새끼손가락 골절에는 새끼손가락이 벌어지는 변형이 흔히 뒤따른다. 손가락이 골절됐을 때 뼈를 정확히 맞추지 않으면, 주먹을 쥘 때 손가락이 겹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손톱이 회전된 정도, 손톱이 바라보는 방향 등을 잘 고려하여 어긋난 뼈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맞춰야 한다.

어린이가 칼이나 가위와 같이 날카로운 도구를 가지고 놀다가 살이 베이는 열상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손상이다. 만약 출혈이 심하다면 다친 부위를 소독된 거즈나 깨끗한 수건으로 감싸고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손가락이 완전히 절단된 경우라면, 절단된 손가락을 젖은 거즈에 싸서 밀봉한 뒤 얼음이 담긴 비닐봉지에 넣어서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또한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이 함께 손상된 경우라면 손상된 힘줄의 기능을 잃게 된다. 만약 손바닥 쪽에 열상이 있다면 손가락을 구부리는 힘줄이 손상될 수 있고, 따라서 손가락을 구부리지 못하게 된다. 힘을 뺀 상태에서 힘줄이 손상된 손가락이 다른 손가락에 비해 펴진 자세를 하게 된다.

만약 신경이 손상된 경우라면 해당 신경이 지배하는 영역의 감각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신경 증상이 발생했다면 신경 봉합이 가능한 수부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신경이 손상된 경우라도 손상된 신경을 잘 봉합한다면 신경의 재생을 기대할 수 있고 신경 증상도 회복될 수 있다.

어린이의 손 부상이 발생했을 때 가능한 한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손 부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문에 도어스토퍼를 설치해 문이 강하게 자동적으로 닫히는 것을 막고, 날카로운 도구는 아이들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서 보관해야 한다. 또한 절단 손상, 상처가 있는 골절, 혈관 손상 등과 같이 응급 처치가 필요할 때 찾아갈 수 있는 병원을 미리 찾아봐두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김지형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김지형 교수 | 서울대병원 정형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