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맞춤의료 부실’ 보건의료정책 바꿔야 한다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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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아버지는 코로나19 시기 요양병원에서 사망하셨다.
'노인의학과'라는 이름으로 통합적 진료를 제공하는 병의원들의 수익은 보잘것없고 의료진은 쉽게 번아웃 된다.
의대 정원 문제에 집착하는 의료개혁보다 나의 건강권을 보장해주는 나라, 아프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 건강 행동 실천을 하면 할수록 절세,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국가시스템으로의 개혁이 진정한 의료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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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아버지는 코로나19 시기 요양병원에서 사망하셨다. 국정감사 기간에 비보를 듣고 달려갔지만 결국 임종 현장을 지킬 수 없었다. 직업 정신이 발동해 아버지의 사망진단서와 마지막 날의 의무기록을 찬찬히 읽어봤지만, 오타투성이의 허술한 기록에 자식으로서 비참함을 금할 수 없었다. 요양병원에 모신 것에 후회가 들었지만 의사인 나도 딱히 다른 대안은 없었다.
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연장되자, 아픈 어르신 인구가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2019년 기준 대한민국 국민의 기대수명은 83.3살, 건강수명은 73.1살이다. 생애 말기 최소 10년 이상 병원과 요양시설 신세를 져야 하고,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하루하루를 영위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노인 의료비 증가도 걱정이다. 우리 의원실에서 분석한 결과 노인 진료비가 최근 4년 동안 46%, 13조원이 증가했다. 치매, 고혈압, 치아 문제, 뇌경색, 만성 신장병이 상위 5개 의료비 비중을 차지하고 치주 질환, 고혈압, 무릎 관절증, 등 통증, 당뇨병 순으로 흔하게 진단된다. 이런 현상은 예비 노인인 우리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내 노인의학의 미래는 암울하다. ‘노인의학과’라는 이름으로 통합적 진료를 제공하는 병의원들의 수익은 보잘것없고 의료진은 쉽게 번아웃 된다. 노인 환자 1명이 보유한 당뇨, 고혈압, 치매,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등 만성 복합성 질환을 아우르는 동시에 10개가 넘는 복용 약물을 정리하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과 교육까지 제공하며 일반 환자의 5배 넘는 시간을 소통에 할애하게 된다. 하지만 진료비는 동일하기에 ‘차라리 간단한 감기 환자 진료가 낫다’는 이야기가 자조적으로 나온다. ‘힘들지만 보람된다’가 아닌 ‘힘들면서 몸만 축난다’는 것이 비교적 인내심이 강한 노인의학 의료진의 신세 한탄이다.
이에 대안으로 필자는 ‘노인 주치의’ 제도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건강 노화를 위한 예방, 조기 진단, 적절한 치료, 호스피스 케어와 돌봄까지 꾸준히 생애주기 관리가 가능한 담당의사를 지정하고 충분한 보상을 통해 어르신들의 맞춤 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해당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검토되지도 못하고 결국 사장됐다.
정부는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2030’을 발표하여 출생부터 노년까지 건강권을 보장하고 건강수명을 2030년 73.3살까지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건강수명의 형평성 확보와 건강생활 실천, 정신건강 관리, 건강친화 환경 구축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기저귀 차고 침상에 눕게 되는 순간 요양병원 외에 대안이 없는 현실, 좋은 간병사를 만나는 것을 하늘의 운으로 여기며, 간병비 부담 문제가 가족 간 불화로 번지는 절망스러운 현실을 국민은 여전히 경험하고 있다. 노후 건강을 위해 국민이 각자도생하고 있다.
보건의료 정책의 진정한 해법을 이제는 고민해야 한다. 의대 정원 문제에 집착하는 의료개혁보다 나의 건강권을 보장해주는 나라, 아프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 건강 행동 실천을 하면 할수록 절세,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국가시스템으로의 개혁이 진정한 의료개혁이다.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실손보험에 대한 개혁 또한 과감히 시작해야 한다. 매일 밤 숙면을 취하고 낮에는 보람된 일을 하면서 즐겁게 운동할 수 있고, 저녁에는 지인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하루하루의 평범한 삶, 생애 말기 나의 존엄한 죽음을 보장받는 삶을 위해 국가가 하루바삐 제대로 된 의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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