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혈당 올라가잖아’ 숫자가 아우성쳤다 [건강한겨레]

윤은숙 기자 2024. 9. 2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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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혈당측정기 체험기
연속혈당측정기(CGM) 센서를 팔에 붙인 모습. 기자가 착용한 제품은 한독이 국내 CGM 제조사 아이센스와 손잡 고 출시한 ‘바로잰Fit’으로 5분마다 혈당을 측정한다. 측정값은 스마트폰으로 바로 전송받을 수 있다. 저혈당, 고 혈당, 급변동 알림 기준을 설정해 알림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오차는 있지만, 혈당의 흐름은 잡혀 …혈당수치 보자 습관 개선 의지 ‘불끈’

‘이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아침 7시. 연속혈당측정기 앱에 찍힌 110㎎/dL라는 숫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당장 일어나 채혈침으로 손가락을 찔렀다. 검사지로 피가 스며든다. 5초가 지나 ‘삐삑’ 소리가 났다. 채혈로 다시 잰 보정값도 101㎎/dL다. 공복혈당 기준으로 정상을 벗어났다.

추석 연휴 직후 19일부터 혈당 열풍의 주역 중 하나인 연속혈당측정기(CGM)를 기자가 직접 착용해봤다. CGM이란 말 그대로 연속해서 혈당을 측정해 보여주는 기계다. 센서를 통해 5분마다 혈당이 측정된다. 채혈 시점의 혈당만 알 수 있던 기존의 자가 측정기와는 다르게 연속해서 혈당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측정된 수치는 휴대폰에 설치하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다.

CGM은 피부에 센서를 꽂아 ‘세포 간질액’(세포 바깥의 체액을 이루는 대부분의 액체)으로 전달된 포도당을 측정한다. 이 때문에 실제 혈당과 시차가 5분에서 길게는 20분 정도 날 수 있다.

일단 센서 삽입기 뚜껑을 열면 작은 바늘이 보인다. 피부에 꽂는다고 생각하면 공포심이 들 수 있지만, 아프지 않다는 후기를 믿는 게 좋다. 삽입기를 사용하면 통증이 거의 없다. 붙이고 나면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샤워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접착제의 성분이 궁금해질 정도다.

CGM은 여러 종류가 있다. 일부 제품은 채혈로 보정값을 넣어줘야 한다. 센서 안정화에 24시간 정도 필요하니 조바심을 내서는 안 된다. 실제 첫날에는 센서와 자가 측정기의 격차가 지나치게 커 크게 당황했다. 다만 이틀째부터는 격차가 다소 줄어들어 혈당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올해 초 건강검진부터 경고음이 울렸다. 공복혈당 101㎎/dL. 검사 뒤 한 달 정도는 모범생으로 살았다. 그러나 운동과 멀고 음식과 가까웠던 수십 년의 생활습관은 끈질겼다. 혈당관리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4월부터는 잊고 살았던 듯하다. 그러다 9월에 만난 CGM이 내민 숫자에 다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상치 이상을 맴도는 숫자들은 췌장의 경고로 느껴졌다. ‘힘들다. 이제는 정신 좀 차리자’라고 하는….

혈당은 식사를 마치고 나면 올라간다. 혈당스파이크를 일으키는 음식을 피했던 덕분일까? 식후에도 140㎎/dL 이상으로 쉽사리 올라가지는 않았다. 다만 운동의 효과는 뛰어났다. 식후 올랐던 혈당은 산책하면 빠르게 떨어졌다. 피곤을 핑계로 미뤘던 저녁 산책을 며칠이지만 꾸준히 이어갔던 것도 숫자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 덕분이다. “일어나, 혈당 올라갔잖아.” 만약 숫자들의 채근이 계속된다면 정말 생활습관이 교정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2주 사용에 8만원대 중반’ 높은 가격 벽 넘어야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가현주(46)씨 역시 CGM을 통해 식생활, 운동습관 교정에 도움을 받았다. 그는 어떤 음식이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지 궁금했기에 착용 뒤 다양한 음식을 먹어봤다고 한다. 그는 “튀김, 당류가 많은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조심해서 먹는 습관을 들이게 됐다”며 “밥을 먹고 바로 앉아서 수다를 떨 때와 조금이라도 산책할 때의 혈당이 확연히 달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CGM 사용을 2개월 동안 하고 중단했다. 이미 어느 정도 식생활 패턴은 다 익혔고 운동 습관도 바꿨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격의 벽이 컸다. 일회용인 센서는 연속 2주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가격이 8만대 중반이라 장기간 사용은 힘들었다. 가씨는 “가격이 지금의 절반 정도 된다면 계속 사용해볼 용의는 있다. 눈에 보이는 숫자는 확실히 교정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CGM의 효과에 대해서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비룡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의 생활습관이 저절로 고쳐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얼마나 많은 이에게 효과를 내는지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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