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새로움과 소멸의 미학, 목백일홍

2024. 9.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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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집 앞 공원을 걷는 일은 내게 너무 자연스런 일상이다.

향이 이렇게 고급스러움을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무더위, 장마, 비바람을 뚫고서 100일간을 꽃을 피운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가까이서 만나본 목백일홍은 너무도 매력이 넘쳐난다.

그런데 목백일홍은 제안에 소리 없이 다른 꽃잎 시들어 가는 걸 알면서도 다른 꽃 새로운 꽃 피워내는 용기를 주며 100일 동안 그렇게 자신의 소멸을 다하는 목백일홍의 진심이 따스하게 와 닿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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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자 시인.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집 앞 공원을 걷는 일은 내게 너무 자연스런 일상이다. 공원 중간쯤 걷다보면 핫핑크로 꽃단장한 요염한 목백일홍이 제일 먼저 날 반겨준다. 때마침 까치 두 마리도 함께 찾아와 깟깟 소리를 내며 아침 인사를 나눈다. 목백일홍은 까치들의 사랑 놀음에 부끄러운지 온몸을 가볍게 떨며 마치 간지럼을 타는 듯 히득히득 웃고 있다. 필자는 지금까지 목백일홍에서 향내를 감지하지 못했는데, 오늘 아침은 까치들이 이 가지 저 가지를 날아다니며 꽃들의 영혼까지 깨워서인지 오묘한 향내가 너무도 고혹적이다. 꽃 한 가지를 코에 대고 향을 맡아보니 와, 오늘 목백일홍 재발견이다. 향이 이렇게 고급스러움을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무더위, 장마, 비바람을 뚫고서 100일간을 꽃을 피운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가까이서 만나본 목백일홍은 너무도 매력이 넘쳐난다. 나무의 자태도 아름다워 정원수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아픈 제살 껍질 한 겹씩 벗겨내며 드러내는 미술적 감각과 보드라운 맨 살결 또한 예술이다. 왜 그동안 이렇게 넘쳐나는 목백일홍 매력을 미처 몰랐을까? 꽃이 필 때도 더없이 아름다운데 꽃이 질 때면 나비처럼 살포시 지는 아름다운 그 자태 또한 일품이다. 꽃이 한 번 피기 시작하면 연이어 또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가을까지 백일을 가는 것이다. 바람결에 떨어진 꽃 이파리 하나를 주워보니 꽃방 하나에 여섯 개의 꽃잎이 연이어져 있어 어린 아이 머리 위에 올려놓으면 그대로 어여쁜 꽃핀이다. 또 꽃숭어리 하나하나를 원으로 이어가면 그대로 아름다운 꽃관이다. 더 위대한 것은 너무 무더워서 못 견뎌하는 폭염과 그 뙤약볕을 이기고 피기 시작해 가을까지 의연하게 그 꽃을 피워내는 끈기와 열정이 더욱 놀라운 것이다. 그리고 목백일홍은 새로움과 소멸의 미학을 제대로 아는 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버릴 건 버리고 비울 건 비우고 항시 새로운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가야 하는데도 쉽지 않은 것이 인생살이다. 그런데 목백일홍은 제안에 소리 없이 다른 꽃잎 시들어 가는 걸 알면서도 다른 꽃 새로운 꽃 피워내는 용기를 주며 100일 동안 그렇게 자신의 소멸을 다하는 목백일홍의 진심이 따스하게 와 닿는 아침이다. 함께 있다 돌아서면 또다시 그리워지는 꽃. 나도 목백일홍 같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김숙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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