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10월의 하늘'에 만나는 우리들의 영웅

2024. 9.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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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스탈린은 옛 소련 극동 지역의 고려인 약 17만 2000명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만주 지역이 일본의 침략을 받으면서 고려인과 외모가 비슷한 일본인 첩자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게 이유 중 하나였다.

약 4㎞ 거리의 현충원 보훈길을 걸으며 묘역 곳곳에 안장된,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영웅들을 찾고 기억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건함을 잃지 않되 경쾌하게 영웅들을 기억하고 기릴 수 있게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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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래 유성구청장

1937년 스탈린은 옛 소련 극동 지역의 고려인 약 17만 2000명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만주 지역이 일본의 침략을 받으면서 고려인과 외모가 비슷한 일본인 첩자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게 이유 중 하나였다. 고려인들은 화물차에 실려 한 달 넘게 6000-7000km를 이동했다. 이동 중에 1만 명, 도착 직후 또 1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이 도착한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카자흐스탄이다. 이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맞서 살아남았다. 척박한 땅을 옥토로 바꾸고 고유의 문화를 지키며 자긍심을 키웠다.

10월 3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카자흐스탄을 방문한다.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인 알마티에서 고려인협회 등과 간담회를 갖고 '고려인 동포의 서울'로 불리는 크즐오르다로 이동한다. 이곳은 대전시와도 인연이 깊다. 2023년 5월 대전시는 크즐오다르와 자매도시 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의 긴밀한 관계 구축과 교류 확대를 약속했다. 이곳은 특히 한국과의 인연이 각별하다.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이자 독립 영웅인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던 곳이다.

국가보훈부는 지난해 11월 장군 묘역의 기념공원 공사를 마치고 크즐오르다 현지에서 개원식을 가졌다. 정부는 독립전쟁 영웅인 홍 장군에 대한 국가적 예우를 다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흉상 이전 논란으로 홍범도 장군의 업적을 폄훼하려는 시도가 불거졌던 때와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때아닌 사상 검증과 함께 명예도로인 '홍범도장군로'를 지정한 유성구까지 불똥이 튀기도 했다. 국가보훈부가 "독립 영웅인 홍 장군의 생애와 정신을 기억하고 최고의 예우를 다하는 것은 변할 수 없는 대원칙"이라고 입장을 정리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방문의 주된 목적은 민간단체 차원의 문화교류와 도시교류 사업 발굴이다. 하지만 사과의 뜻도 없지 않다. 2021년 유해를 모실 때 고국에서 편히 잠드시게 하겠노라고 약속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죄송함을 어떤 식으로든 전하고 싶었다. 3년 전 장군의 유해를 한국으로 보내며 크질오르다 주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홍범도 장군이 고향 땅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 미래 세대가 그의 공훈을 기리고 기념했으면 좋겠다." 친일을 옹호하고 독립투쟁의 역사를 지우려는 시도가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지금, 우리는 어떤 답을 할 것인가?

다음 달 12일에는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보훈길 걷기대회를 연다. 2000여 명의 참여가 예상되는 작지 않은 행사이다. 약 4㎞ 거리의 현충원 보훈길을 걸으며 묘역 곳곳에 안장된,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영웅들을 찾고 기억하기 위해 마련됐다. 작년까지 국립대전현충원이 주관하던 행사를 올해 처음 우리 구와 공동으로 개최한다. 식전 공연과 함께 버스킹 공연, 페이스 페인팅, 태극기 만들기 등 부대행사도 진행한다. 경건함을 잃지 않되 경쾌하게 영웅들을 기억하고 기릴 수 있게 기획했다.

10월은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날이 많다. 국군의 날, 개천절, 한글날 등 국경일을 비롯해 노인의 날, 경찰의 날, 지방자치의 날 등과 같은 기념일이 가득하다. '문화의 달'답게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축제와 문화 행사가 열린다. 보훈길 걷기대회가 호국보훈의 달이 아니라 10월에 열리는 것은 일상 속 보훈(報勳)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영웅을 기리는 일이 특별한 시기, 특별한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일상이 되고, 문화가 되어야 한다. 어느 때보다 맑고 높은 10월의 하늘을 만끽하며 잊지 못할 영웅들을 만나는 일은 각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 호국보훈의 도시답게 유성에서 이런 기회를 더 자주 만들고 싶다. 정용래 유성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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