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의 이유 있는 허풍?…"미 핵잠수함 포착" 주장 신빙성은

김인한 기자 2024. 9. 27.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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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김여정 "지난 23일 부산항에 '美 이상물체'(버몬트함) 입항 포착" 주장
만리경-1호, 그때 부산 상공 지나쳤지만…"사진 해상도 잠수함 구분할 정도 안 돼"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김여정은 지난 24일 담화를 통해 "국가 수반의 직속 독립정보기관인 항공우주정찰소는 지난 23일 10시 3분 10초 한국 부산항의 상시 주목 대상인 어느한 부두에서 '이상물체'를 포착했으며 그 정찰자료를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가 최근 미국 '원자력(핵) 추진 잠수함'이 부산에 입항한 시점에 부산 상공을 지나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김여정이 부산항에 미국의 핵 잠수함이 입항한 사실을 분초 단위까지 공개하며 '우주정찰' 역량을 과시했는데,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26일 스페이스맵에 따르면 만리경-1호는 지난 23일 오전 10시3분 40초쯤 지구로부터 약 504㎞ 떨어진 채 부산 상공을 지나갔다. 김여정이 언급한 '오전 10시 3분 10초'에는 만리경-1호가 일본 쓰시마 상공에 있었다. 만리경 1호의 고도와 속도를 감안하면 부산 지역을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은 약 2분 5초로 파악됐다.

통상 지구 저궤도(LEO·250~1000㎞)에 떠있는 인공위성은 초속 8㎞(시속 2만8800㎞)로 비행해야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비행할 수 있다. 만리경 1호가 일본 쓰시마에서 한국 부산까지 30초 만에 이동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스페이스맵의 만리경-1호 추적 자료를 살펴본 결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는 지난 23일 오전 10시3분쯤 부산 상공을 지나갔다. 이 시점은 북한 김정은 동생인 김여정이 부산항에 미국의 '원자력추진잠수함'이 입항한 사실을 분초 단위까지 공개했던 때다. / 영상=스페이스맵


앞서 김여정은 지난 24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 담화를 통해 "국가 수반의 직속 독립정보기관인 항공우주정찰소는 지난 23일 10시 3분 10초 한국 부산항의 상시 주목 대상인 어느한 부두에서 '이상물체'를 포착했으며 그 정찰자료를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김여정이 언급한 '이상물체'는 미국 해군의 핵 잠수함인 '버몬트함'(SSN-792·7800t급)이다. 버몬트함의 입항 목적은 군수 적재와 승조원 휴식 등을 위한 통상 일정이었다. 세계 각국 해군은 장기간 항해하는 특성상 동맹과 우방국 항구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곤 한다.

북한이 실제로 만리경-1호를 통해 부산항에 입항한 버몬트함을 촬영했는지 등에 대해선 파악되지 않는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등은 그동안 만리경-1호가 궤도는 돌고 있지만 정찰위성의 역할인 사진·영상 촬영, 데이터 지구 전송 능력 등이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스페이스맵은 미국 우주사령부 연합우주작전센터(CSpOC) 데이터를 활용해 전 세계 인공위성을 추적하는 국내 우주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미국 공군, 우주군 등과 다양한 협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페이스맵의 만리경-1호 분석 자료. 만리경-1호는 지난 23일 오전 10시3분쯤 부산 상공을 지나갔고 우리나라를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은 약 2분5초(125초)로 파악됐다. 스페이스맵은 미국 우주사령부 연합우주작전센터(CSpOC) 데이터를 활용해 전 세계 인공위성을 추적하는 국내 우주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미국 공군, 우주군 등과 다양한 협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스페이스맵


"핵 잠수함 입항" 정찰위성 과시한 북한…정보 짜깁기+허세 무게
미국 해군 버지니아급 원자력(핵) 추진 잠수함 '버몬트함'(SSN-792·7800t급)이 지난 23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국내에 첫 입항한 버몬트함은 길이 115m, 폭 10.4m이며, 승조원은 130여명 탑승할 수 있다. 김여정은 지난 24일 "항공우주정찰소는 지난 23일 오전 10시 3분 10초에 부산항에 '이상물체'(버몬트함)를 포착했으며 그 정찰자료를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버몬트함을 촬영한 사진은 공개하진 않았다. / 사진=뉴시스


김여정이 미국의 핵 잠수함의 부산항 입항을 정찰·탐지했다는 과시용 발언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리 군은 북한이 무기체계 시험 평가 등을 상습 과장해 온 전력으로 볼 때 이번에도 '정보 짜깁기'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언급한 시간에 만리경-1호가 부산 상공을 지난 것이 북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26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정찰 역량은 우리 군의 분석과 차이가 있고 과장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설령 북한의 기술 발달로 정찰위성으로 사진을 찍어 지상국에 내려보냈다고 하더라도 위성의 화질이 낮아 잠수함을 구분할 정도의 수준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위성의 해상도를 감안하면 사진을 찍었더라도 부산은 하나의 '검은 점'으로 보일 것"이라며 "잠수함, 자동차, 트레일러 등을 구분할 정도의 능력이 없기 때문에 북한이 감시자산으로 미국 핵 잠수함의 입항을 파악했다고 보진 않는다"고 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21일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해 발사하고 있는 장면. (사진=조선중앙TV 캡처) / 사진=뉴시스


군 관계자들은 지난해 11월 고도 약 500㎞에 만리경-1호가 안착했지만 위성의 핵심 기능인 사진·영상 촬영, 우주와 지상국 간 통신 역량이 전혀 없다고 평가해 왔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월 국방장관 재임 시절 만리경 1호를 두고 "일없이 돌고 있다"고 했다.

군 관계자들 분석을 종합하면 북한은 우리나라 언론과 정보원 등을 통해 버몬트함의 부산항 입항 소식을 접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어 만리경-1호가 부산 상공을 지나는 시점을 파악해 정보를 섞어 발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복수의 군 관계자 설명이다. 북한은 그동안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가 한미일 군 당국의 분석을 통해 과장이 드러나기도 했다.

북한 만리경-1호의 해상도는 5m(가로·세로 5m 점을 한 개 픽셀로 식별)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우리 군은 지난해 12월 고도 약 550㎞에 정찰위성 1호를 안착시켜 정찰 임무를 수행 중이다. 이 위성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집무실이 있는 평양 노동당 본부를 훤히 촬영할 수 있다. 해상도는 30㎝ 수준이다.

다만 일각에선 만리경-1호의 정찰 역량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성 전문가인 마르코 랭브로크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항공우주공학부 교수는 이날 미국의소리(VOA)에 "북한이 위성을 통제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궤도를 조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위성으로부터 영상을 수신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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