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채 정보 무단 수집…‘월드코인’에 과징금
국내 고객 3만여명의 홍채 정보를 합법적인 근거 없이 수집한 ‘월드코인’에 과징금 11억여원이 부과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개인정보보호 법규를 위반한 ‘월드코인 재단’과 재단으로부터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위탁받은 ‘툴스 포 휴머니티(TFH)’에 대해 과징금 총 11억4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개선권고를 하기로 의결했다고 26일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2월 ‘월드코인이 가상자산을 대가로 생체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조사에 착수했다.
월드코인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7월 출시한 홍채 인식 기반 가상자산이다. ‘오브(Orb)’라는 인식 기구로 홍채를 데이터화해 블록체인에 연결하고, 실제 사람인지 확인되면 ‘월드 ID’가 생성된다. 이 ID로 가상자산 지갑인 ‘월드 앱’을 만들면 코인이 지급된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한국에서 9만3463명이 월드 앱을 내려받고, 2만9991명이 홍채를 인증했다.
월드코인 재단과 TFH는 합법적인 처리 근거 없이 홍채 정보 등 개인정보를 수집했고, 이를 해외로 옮기면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월드코인 재단은 한국에서 홍채 정보를 수집하면서 정보 주체에게 수집·이용 목적과 보유·이용 기간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특히 홍채코드는 그 자체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고 변경이 불가능한 ‘민감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별도의 동의를 받고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들이 국내에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독일 등 국외로 이전하면서 관련 고지사항을 정보 주체에게 알리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아울러 월드코인 재단은 홍채코드의 삭제 및 처리 정지를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지 않았고, TFH는 월드 앱 가입 시 14세 미만 아동의 연령 확인 절차가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정보위는 이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민감정보 처리 시 별도 동의를 충실히 받을 것, 홍채 정보 등 개인정보가 최초 수집 목적 외에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남석 개인정보위 조사조정국장은 “기존에 수집한 홍채 원본 정보는 모두 파기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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