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통닭 장악’ 한국산, 절단육 시장도 노려라 [K블루오션을 찾아라]
한국산, 베트남 입맛에 맞고 가성비도 ‘굿’
냉동통닭 점유율 99.5%… 절단육은 4.9%
냉동절단 닭고기 시장 규모 통닭의 5배
매년 소비량 8.5%씩 늘어 전망도 밝아
코트라 “위생적이고 고품질 장점 앞세워
빈틈없는 진출 전략으로 시장 확장해야”
우리나라에게 베트남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내 핵심 파트너 중 하나다. 한국이 대(對)베트남 최대 투자국이란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까지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서 진행한 외국인직접투자(FDI) 누적액이 총 860억달러(약 115조원)에 이를 정도다.
베트남은 삼성, LG, 현대차, 포스코, 효성, 두산, LS 등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1·2차 협력사가 동반 진출해 있어 시장 친숙도도 높다. 이는 베트남이 한국 입장에서 ‘K블루오션’을 발굴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또 대베트남 수출을 늘리기 위해 ‘틈새시장’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이한 점은 베트남 시장에서 품목에 따라 한국산의 점유율 격차가 큰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냉동 닭고기 시장이 이에 해당한다. 베트남 수입 시장에서 한국산 냉동 통닭과 부위별로 절단된 냉동 닭고기 품목의 점유율은 무려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
26일 무역통계업체 글로벌 트레이드 아틀라스(GT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냉동 통닭 수입 시장은 한국산이 점유율 99.5%로 ‘독점’ 상황인 반면, 냉동 절단육은 4.9%에 불과했다. 냉동 절단 닭고기는 미국이 47.7%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두 품목 간 결정적 차이로 가격 경쟁력을 꼽았다. 코트라 하노이 무역관은 “현지 바이어와 유통사에 따르면 베트남 사람들은 오래 키운 산(山)닭, 토종닭, 노계처럼 질긴 식감을 선호한다. 한국산 냉동 통닭과 잘 맞는 편”이라며 “무엇보다 경쟁자 대비 가격이 싼 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한국산 냉동 통닭의 성공 DNA를 절단육에도 적용해 시장을 넓혀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GTA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냉동 절단 닭고기 시장은 총수입 규모 2억7370만달러로, 냉동 통닭(5314만달러)보다 5배 이상 큰 시장이라서다.
특히 베트남 닭고기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고 전망도 밝은 편이다. 베트남 사람들의 구매력이 늘면서 육류 소비량도 늘고 있고,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방이 많은 돼지고기보다 닭고기와 같은 가금류 선호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는 지난해 13%였던 베트남 중산층 비중이 2026년 26%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고, 여론조사기관 입소스는 베트남의 닭고기 소비량이 지난 10년간 매년 8.5% 늘어 돼지고기 소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베트남에서 닭고기를 포함한 냉동 가금류 수입액 총합은 2020년 1억9286만달러에서 지난해 3억2685만달러로 3년 새 69.5% 증가했다.
코트라는 “현지 육류 유통 관계자 인터뷰 결과 닭고기는 엄격한 검역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베트남인들 사이에서 한국산 닭고기가 현지 가금육 대비 위생적이며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있다”며 “우리 기업이 현지의 가격 민감성 등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진출 전략을 세우면 냉동 절단 닭고기 시장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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