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지수 종목 75%서 개미 ‘손실 중’… 추종 ETF가 동아줄 될까
한국거래소가 공개한 ‘코리아 밸류업지수(밸류업지수)’ 구성 종목 100개 가운데 75개에서 개인 투자자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밸류업지수 발표 이후 구성 종목 중 86개의 주가가 올랐다. 밸류업지수 종목 구성을 두고 잡음이 나오는 가운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개인 투자자가 손실을 만회할 기회가 될지 중요해졌다.
27일 조선비즈가 네이버페이 ‘내자산 서비스’에 등록한 사용자 평균 매수가와 전날 종가를 비교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 밸류업지수를 구성하는 100개 종목의 평균 손실률은 -9.8%였다. 전체 투자자의 수익률이 아니라는 한계는 있으나,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올해 평균 주가 하락률(-5.3%·스팩 제외)보다 성과가 나빴다. 밸류업지수 종목 100개 가운데 유가증권상장사는 67개,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33개다.
밸류업지수 종목 중 투자자 손실률이 가장 큰 종목은 씨젠이었다. 씨젠 투자자 7367명의 평균 매수가는 6만2428원으로 이날 종가 2만6050원보다 58.27% 낮았다. 감염 진단 제품이 주력인 씨젠 주가는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엠폭스(옛 원숭이두창)가 확산하면서 지난달 19일 장 중 3만5950원까지 치솟았으나, 다시 조정을 겪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투자자 8725명의 평균 매수가가 47만3818원으로 전날 종가 20만6000원을 56.52% 밑돌았다. 기존 주력 게임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주가가 우하향 곡선을 그렸던 영향이 컸다. 이밖에 ▲콜마비앤에이치 -55.99% ▲윤성에프앤씨 -52.95% ▲심텍 -42.37% ▲효성티앤씨 -38.45% ▲해성디에스 -37.88% 순으로 손실률이 컸다.
밸류업지수 종목 중 수익 구간에 들어 있는 종목으로는 메리츠금융지주가 대표적이다. 투자자 3106명의 평균 수익률은 전날 종가 기준 61.77%였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7월 금융지주 가운데 첫 번째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밸류업 모범생’으로 꼽힌다.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6.11%(인적분할 후 재상장으로 이날 거래재개 예정) 한진칼 34.41% ▲신한지주 31.88% ▲HD현대일렉트릭 28.66% ▲클래시스 27.9% 등 순으로 수익률이 높았다.
다만 거래소가 밸류업지수 구성 종목을 발표한 이후 100개 종목 가운데 86개 종목의 주가가 오름세를 보였다. 평균 주가 상승률은 5%대였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지난 24일 종가 4만6500원에서 전날 종가 5만4200원으로 16.6% 뛰었다. 이런 에코프로에이치엔 역시 투자자 4514명의 평균 매수가가 8만516원으로 -32.68%의 평가 손실 상태다. 밸류업지수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 입장에선 관련 ETF 출시 이후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시장에서 종목 구성을 두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이 낮으면서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을 중심으로 밸류업지수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결과적으로 PBR과 자기자본 이익률(ROE)이 높은 종목이 다수 뽑혔기 때문이다.
밸류업지수 추종 ETF 상품을 준비하던 자산운용사들도 예상과 거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주환원 열심히 하고 주가 상승에도 적극적인 종목 중심으로 밸류업지수가 꾸려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지금 구성종목은 이도저도 아닌 것 같다”고 했다.
B자산운용사 관계자도 “거래소가 지수를 구성하면서 기관 투자자가 주로 코스피200지수 등을 벤치마크(운용 성과 평가 기준)로 삼는 점을 고려해 균형을 찾으려고 한 점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그러다 보니 당초 밸류업지수에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전날 밸류업 지수 선정기준 및 선정종목 등과 관련해 브리핑을 열고 밸류업지수 개발 취지가 저평가 또는 고배당 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수익성과 PBR, ROE 등 다양한 질적 지표가 우수한 기업을 밸류업지수에 담아 국내 주식시장 전반의 가치를 제고하려 했다는 취지다.
거래소는 그러면서도 “각계 전문가 의견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추이 등을 고려해 연내 구성종목을 변경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기업가치 상승 여력이 있는 저평가주나 중·소형주 등 다양한 형태의 신규 지수 수요도 있을 것으로 보고, 후속 지수도 차례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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