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계열사 36곳 CEO 임기 만료… 연말 ‘인사태풍’ 부나
올해 말 국내 4대 금융지주 36개 계열사의 대표 임기가 끝난다. 총 53개 계열사 가운데 절반 이상 대표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주력 계열사인 은행은 물론, 카드와 보험, 증권 등 주요 계열사 대표가 임기 만료를 앞둔 곳이 많아 태풍급 인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적 개선에서 뚜렷한 성과를 낸 대표들은 무난한 연임이 점쳐지지만 내부통제 관리가 부실했던 우리금융 등, 일부 금융그룹에선 적지 않은 물갈이가 예상된다.
27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11개 계열사 가운데 5곳,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은 14개 계열사 가운데 12곳, 우리금융그룹은 14개 계열사 가운데 7곳의 대표가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KB금융을 제외하면 모두 절반 이상의 계열사 대표가 인사 대상이다.
KB금융의 경우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이홍구·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이사, 김명원 KB데이터시스템 대표이사 등 5개 계열사 대표가 연임과 퇴임의 기로에 서있다.
이미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허인 전 행장의 재연임 전례에 비춰 한 번 더 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수습하고 한 분기만에 실적 개선을 이뤄낸 것 등 경영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과 이환주 KB라이프생명 사장은 조직 안정을 꾀하기 위해 연임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창권 사장은 조달비용 상승, 수수료율 하락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이환주 사장은 지난해 1월 통합법인 KB라이프생명의 초대 대표로 2년여간 회사를 이끌며 조직의 물리적‧화학적 결합 등에 힘써왔다.
신한금융그룹은 14개 계열사 중 12곳의 대표가 인사 대상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대표, 이승수 신한자산신탁 대표, 조경선 신한DS 대표, 정지호 신한펀드파트너스 대표,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대표,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대표,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 등이다. 제주은행의 경우 내년 초 임기가 끝난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임기 만료 9개 대표이사 모두 연임됐던 만큼 이번엔 변화를 위한 교체 인사가 시행될 것이란 분석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10일 자회사 대표이사 승계절차를 개시하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후보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력 계열사인 은행과 카드 등 대표자리는 연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2+1년’ 연임 가능성이 나온다. 임기 동안 실적 개선은 물론 금융사고 이슈에서 떨어져 있어 내부통제 측면에서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지난 23일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감독당국에 제출하고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참여를 시작했다.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과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는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문 사장은 카드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데다 2009년 통합 신한카드 출범 후 첫 카드사 내부 출신 CEO로 내부 평판도 나쁘지 않다.
하나금융그룹도 14개 계열사 중 12곳의 대표 임기가 연말 끝난다.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 박승오 하나캐피탈 대표, 민관식 하나자산신탁 대표, 정민식 하나저축은행 대표, 정해성 하나대체투자 대표, 강동훈 하나에프앤아이 대표, 박근영 하나금융티아이 대표, 노유정 하나펀드서비스 대표, 안선종 하나벤처스 대표, 조현준 핀크 대표 등이다.
업계에서는 실적 개선은 물론 내부통제 등에서도 탁월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승열 하나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본다. 공격적인 기업대출을 앞세워 지난해 ‘리딩뱅크’를 차지하는 등 이 행장 부임 후 하나은행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해외여행 특화 카드인 ‘트래블로그’ 흥행으로 호실적을 이끈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도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 받는다. 하나카드는 트래블로그 흥행에 힘입어 올 상반기 1166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6% 크게 성장했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작년 3개 분기 연속 적자에서 올해 상반기 극적인 턴어라운드를 성공시켰다.
하나금융은 내년 3월 함영주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만큼 올해 말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해야 하는데, 이를 의식한 계열사 대표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금융그룹의 인사는 안갯속이다. 14개 계열사 중 절반인 7곳의 대표 임기가 연말 끝난다. 조병규 우리은행장과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이종근 우리자산신탁 대표, 최동수 우리금융에프앤아이 대표, 이중호 우리신용정보 대표, 김정록 우리펀드서비스 대표 등이다. 우리금융은 27일 자회사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를 가동해 본격적으로 선임 절차에 나선다.
우선 조병규 행장의 연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연이어 터진 횡령 사고와 불법 대출 사고 등으로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이를 상쇄할 만한 경영 성과를 보여야 하는데 4대 은행 가운데 여전히 ‘만년 꼴찌’에 머물러 있다.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의 경우엔 변수가 많다는 평가다. 우리카드가 지난해 당기 대비 당기순이익이 2.3% 소폭 증가했지만 연체율은 악화했다. 우리카드의 숙원사업이던 독자결제망 구축과 독자가맹점 확보 등 성과는 내부통제 문제에 가렸다. 우리금융 계열사에까지 전임 회장 불법대출 영향이 미치면서 박 대표의 연임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IT조선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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