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기초연금, 소득인정액 기준 정해 대상 줄이고 지원 늘려야"

전민 기자 2024. 9. 27. 05: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인빈곤율, 부동산 등 자산 고려해도 30% 수준…OECD 최상위
"1950년 이전 출생 세대 빈곤율 50%…지원 집중돼야"
경기 수원시의 한 공원에서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News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현재 노인 70%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의 대상을 줄이되,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책연구원에서 제기됐다.

2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간한 '노인빈곤에 관한 연구:소득과 소비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기초연금 대상 축소와 지급액 확대를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소득 기준 노인빈곤율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2023년 기준 40.4%로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다.

다만 KDI는 소득만으로는 고령층의 경제적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노후 준비 방법에 대한 질문에 60세 이상에서는 금융자산(예금⋅적금 18.4%)이나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부동산 운용 8.1%·주택연금 2.9%)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전체 연령대 평균 응답 비중(예금⋅적금 15.7%, 부동산 운용 4.9%, 주택연금 1.3%)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우리나라 고령가구는 3억 5000만 원~5억 원 정도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은 실물자산, 특히 부동산으로 구성됐다.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는 반면, 저축을 포함한 금융자산 비중은 15% 내외에 그쳤다.

따라서 소득과 함께 부동산 등 자산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을 소득과 자산 유형으로 분류할 경우 취약계층(저소득-저자산)은 10%p가량 줄어드는 30% 내외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자산을 소득화하는 경우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해외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크게 감소해 다른 국가들과의 노인빈곤율 차이가 줄어든다"며 "그러나 자산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높은 편이며, 이는 고령층의 경제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이 해외 다른 국가들에 비해 심각한 편임을 시사한다"고 했다.

(KDI 제공)

소득과 소비를 고려한 노인빈곤율도 마찬가지로 소득 기준 빈곤율보다는 낮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소득과 소비가 모두 빈곤한 취약 고령층(저소득-저소비)의 비중은 약 20% 수준으로 집계했다.

빈곤율이 높은 가구 유형은 노인 1인 가구와 노인이 부양가족을 보살펴야 하는, 노인이 실질적인 부양자인 경우였다. 이러한 가구들은 소비지출의 절대적 규모가 작고 필수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나타났다.

특히 노인빈곤율은 세대별 차이도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50년 이전 출생 세대의 경우 빈곤율이 50%에 가깝지만, 1950년 이후 출생 세대의 경우 빈곤율은 30% 이하로 낮아졌다.

보고서는 "현재의 높은 노인빈곤율은 상대적으로 더 빈곤한 1950년 이전 출생 세대의 비중이 큰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며 "이와 같은 세대 간 빈곤율 차이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이로 인한 사회제도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데, 1950년 이전 출생 세대의 경우 급속한 경제성장의 수혜를 적게 받아 상대적으로 이후 출생 세대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고 자산 축적이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KDI 제공)

분석을 바탕으로 보고서는 기초연금을 경제성장·연금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한 고령층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기초연금 제도의 대상은 전체 고령층의 70%, 월 수급액은 30만원 내외다.

보고서는 "전체 고령자 규모가 증가하고 경제적으로 지원이 덜 필요한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함에 따라, 현행 기초연금의 재정적 부담이 사회적 필요 이상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따라서 기초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제도를 재구조화하여 취약계층에 한정해 두텁게 지원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기초연금 제도에서는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 합인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하위 70%에 지급하고 있다. 이같은 방식보다는 소득인정액의 기준을 정해 기초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소득인정액이 150만 원 미만인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전환하면 자연스럽게 경제성장과 연금제도의 수혜를 받지 못한 1950년 이전 출생 세대에게 기초연금을 통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할 수 있다"며 "또한 소득이 부족하나, 자산이나 소비로는 빈곤하지 않은 고령층의 경우 자연스럽게 기초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어 보유자산 활용에 대한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