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남자’의 ‘짠소리’, 짠한 성적표
MBC 새 예능 ‘짠남자’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 5월 파일럿 형태로 2회를 방송한 후 화제가 됐던 ‘짠남자’는 지난 25일 정규편성돼 시청자를 만났다.
시청률은 1.9%(닐슨코리아 전국)로 파일럿 당시 4~5% 기록 보다는 낮았다. 그럼에도 평일 9시대 방송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몇 주는 더 결과를 지켜봐야 할 여지는 남겼다.
고물가 시대 시청자들의 경제 관념을 되새기게 하는 기획은 예전에도 있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방송된 KBS2 ‘김생민의 영수증’이 대표적이다. 신청자의 영수증을 직접 들여다보며 소비 수준과 목표를 알려주는 솔루션이 큰 인기를 얻었다. KBS2에서는 5월부터 지난 24일까지 ‘하이엔드 소금쟁이’라는 비슷한 솔루션 프로그램을 방송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들이 출연자의 경제적인 사정을 살피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제 솔루션’의 성격이 강했다면, ‘짠남자’는 과소비를 하는 사람의 심리를 파헤치고 그러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게 하는 ‘심리 솔루션’의 역할이 크다. 다른 프로그램과 다르게 경제 전문가가 출연하지 않는 것도 그러했다. ‘짠남자’에는 가수 겸 방송인 김종국(사진)을 비롯해 장도연, 이준, 임우일, 이승훈, 박영진 등 이른바 ‘소금이’들만 출연했다.
첫 회에는 ‘뽑기’만 보면 눈이 돌아가 과소비를 하는 가수 최예나와 연봉이 130만원에 불과한데 과시용 과소비 그리고 골프에 탐닉하는 개그맨 양배차가 출연했다. 혀를 차게 만드는 두 사람의 사연과 행태에 MC들은 생활습관을 지적하는 데 주력했다.
솔루션 역시 구체적으로 ‘어떠한 포트폴리오를 짜라’는 스타일보다는 소비를 하는 그들의 마음속 결핍을 헤아려 자존감을 채우는 방식을 제시했다. 결국 모든 소비의 시작이 카드에서 비롯되므로 카드를 잘라내거나, 김종국의 사진으로 리폼을 하는 방식으로 경각심을 유도했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프로그램의 초점은 ‘공감’이다. 검소하고 영리한 소비는 그 수치적인 증명이 돼야 공감을 살 수 있다. 그러므로 심리에만 초점을 맞춘 ‘짠남자’의 처방은 바로 효력이 드러나지 않는다.
‘오은영의 결혼지옥’이 그 솔루션보다는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이 서서히 화제가 됐듯 ‘짠남자’도 과소비를 일삼는 ‘흥청이’ ‘망청이’들, 그 사람 심리 보고서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 조금은 오래 걸릴 수도 있는 ‘짠남자’의 전략. 대중은 과연 기다려줄 수 있을까.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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