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토판부터 디지털까지…무한변신하는 책의 역사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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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미래, 아니 '지금, 여기'의 존재 의의마저 불투명한 시절이다.
그럼에도 유구한 역사를 가진 책은 여전히 우리 미래에도 함께할 수밖에 없다.
서지사 연구의 대가 제임스 레이븐 교수 등이 함께 쓴 '옥스퍼드 책의 역사'는 그 여실한 증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이 담지한 텍스트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점토판부터 두루마리, 코덱스부터 인쇄본까지, 그런가 하면 우리 시대의 대세라 할 수 있는 디지털 텍스트 등 다양한 유형으로 변화・발전한 책의 자취를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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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책이 책이게 하는가’ 질문
옥스퍼드 책의 역사
제임스 레이븐 외 6명 지음 l 교유서가 l 3만8000원
책의 미래, 아니 ‘지금, 여기’의 존재 의의마저 불투명한 시절이다. 그럼에도 유구한 역사를 가진 책은 여전히 우리 미래에도 함께할 수밖에 없다. 서지사 연구의 대가 제임스 레이븐 교수 등이 함께 쓴 ‘옥스퍼드 책의 역사’는 그 여실한 증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들은 ‘무엇이 지금, 책을 책이게 하는가?’라는 전제 아래, 그간 책이 걸어온 길부터 오늘을 딛고 나아갈 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문에서 제임스 레이븐은 “책의 물질적 형식의 변화”가 급진적으로 일어나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가 파생”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판본(edition)이 나오고 “새로운 언어로 번역되고 새로운 중요한 장치나 이미지가 추가”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텍스트가 탄생한다. 한 권의 책이 출간되는 일은 새로운 세계의 탄생을 의미한다.
‘옥스퍼드 책의 역사’는 고대부터 중세,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이슬람 세계, 계몽주의와 산업화 등, 책의 변천사를 일목요연하게 서술한다. 책이 담지한 텍스트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점토판부터 두루마리, 코덱스부터 인쇄본까지, 그런가 하면 우리 시대의 대세라 할 수 있는 디지털 텍스트 등 다양한 유형으로 변화・발전한 책의 자취를 더듬는다. ‘비잔티움’ 시대에 이르러 파피루스가 양피지로 대체된 중요한 이유는 “양피지의 복원력”과 함께 “경제성과 파피루스의 공급량 감소” 때문이다. 이교에서 서책의 종교라 일컬음을 받았던 그리스도교로의 전환도 “두루마리에서 코덱스로의 이행”과 연관이 있음을 시사한다.
고대 시대부터 텍스트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인 각종 이미지 등이 보충적으로 사용되었지만, 그 기능이 전면적으로 확대된 것은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전후다. 인쇄술의 발달은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단계로의 이행을 가져왔고, 이미지는 물론 파라텍스트 등이 첨가되면서 “신속한 정보 찾기”가 가능해졌다. 다만 필사본에서 인쇄본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장식과 삽화에서뿐만 아니라 텍스트의 문장, 단락, 절의 구분을 강조할 때” 주로 사용했던 “색의 사용”은 어려워졌다. 계몽주의 시대와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문학이 전성기를 맞았고, 그 연장선상에서 “합법적 저작물에 대한 배타적 권리”, 즉 저작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책은 역사 이래 언제나 “경계를 넘나들었”는데, 그 흐름이 활발해진 것은 19세기 말에 이르러서다. 1886년 프랑스, 독일, 벨기에,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등이 세계 최초의 저작권에 관한 다자간 협약인 ‘베른 협약’을 맺었다. 20세기 초중반, 대기업이 출판 산업에 진입하기 시작한 것도 그 결과물 중 하나인 셈이다. 책은 기술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변화를 거듭했다. 이제 책은 우리가 생각했던 그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옥스퍼드 책의 역사’는 책은 단 하나의 유형이 아닌, 다양한 유형으로 우리 곁에 존재해왔다고 말한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하지만, 그 영속성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는 말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책을 책이게 하는가?’라는 질문을 끝없이 던지는 일이다. 두 권 모두 벽돌책이지만, 얼마 전 출간된 ‘옥스퍼드 출판의 미래’와 짝하여 읽으면, 씨줄과 날줄처럼, 책과 출판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내일의 일을 유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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