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옥천향수기부금? 장수만세기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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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시작한 '고향사랑기부'는 이름만 봐서는 고향에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타향에 해도 상관없다.
기부자들이 고향에만 기부했는지 타향에도 더러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손흥민과 방탄소년단(BTS)의 한 멤버가 자신의 고향에 각각 500만원씩 기부했다 하니 아마 고향에 더 많이 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고향기부제는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 외에는 다 할 수 있는데 이것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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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시작한 ‘고향사랑기부’는 이름만 봐서는 고향에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타향에 해도 상관없다. 기부자들이 고향에만 기부했는지 타향에도 더러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손흥민과 방탄소년단(BTS)의 한 멤버가 자신의 고향에 각각 500만원씩 기부했다 하니 아마 고향에 더 많이 했을 것이다. 고향에 기부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부할 ‘고향’이 없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고향’이란 말은 ‘노부모’ ‘시골’ ‘추억’ ‘성묘’ ‘장독대’ ‘구슬치기’ 이런 낱말들과 연관돼 있다. 그러나 지금은 워낙 수도권이나 지방 대도시에 인구가 집중돼 있고, 처음부터 여기서 태어나고 성장하기에 위에 언급한 고전적 의미에서의 ‘고향’을 가진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를테면 아파트와 시멘트, 빌딩과 학원이 주를 이루는 서울을 ‘고향’이라 부를 수 있을까? 단지 출생지가 서울일 뿐인 것이다.
이렇게 ‘고향’도 제대로 없는 ‘타향’ 사람들이 과연 ‘고향사랑기부’를 할까? 해가 갈수록 돈을 낼 가능성이 높은 ‘고향’ 사람들은 감소할 텐데 이런 판국에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라니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 집토끼에 해당하는 ‘고향’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드니 산토끼인 ‘타향’ 사람들을 모셔와야 한다. 타깃을 ‘타향’으로 확대하면 잠재적 기부자가 열 배, 아니 백 배로 늘어날 것이다.
고향기부제 도입 첫해인 작년에는 약 50만명이 650억원 정도를 냈다고 한다. 5000만명 인구 중에서 1%가 낸 것이다. 그마저 올해 들어 ‘고향사랑’ 기부금이 늘어나기는커녕 현재 시점으로 약 30%나 줄어들었다 한다. ‘고향납세’라는 비슷한 제도를 이미 16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일본은 작년에 1000만명 이상이 거의 10조원을 냈다 한다. 일본 인구 규모로 보면 거의 10%에 가까운 사람들이 기부금을 낸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제 시작이니까 일본과 비교할 수는 없다.
당연히 우리나라도 기부 활성화를 위해 자율적 민간 플랫폼 도입이나 각종 세제 혜택의 확대, 기부금 상한선의 상향, 그리고 회사법인의 기부도 가능하게 하는 등의 개선책들을 곧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또한 해당 지역민들이 직접 기부금 사업계획을 짜고 평가하는 민간위원회 체제도 갖춰야 한다. 사업을 구체적으로 특정해놓고 기부를 받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지금의 고향기부제는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 외에는 다 할 수 있는데 이것도 개선해야 한다. 대도시보다는 사실상 재정 자립도가 매우 낮은 89개 지방소멸지역의 지방자치단체에 국한시키는 것이 한 방법이다. 왜냐하면 시골에서 아이 하나를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키워내는 데 드는 돈이 1인당 1억원이 훌쩍 넘는데, 이렇게 농촌에서 인재를 애써 키워놓으면 거의 다 수도권을 비롯한 도시로 나가버리지 않는가. 대학을 가더라도 학비는 시골 부모들이 소 팔고 논 팔아 대는데, 결국 그 돈은 다 도시로 들어가고 시골은 갈수록 피폐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타향’에 해당하는 도시 사람들도 시골 사람들에게 기부할 수 있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기부금 이름도 각 지자체가 제각각의 특성을 살려 스스로 지을 수 있게 하자. 충북 옥천군은 ‘옥천향수기부금’, 전북 장수군은 ‘장수만세기부금’, 충남 금산군은 ‘금수강산기부금’ 등 얼마든지 기부자 친화적인 이름을 만들 수 있다. 돈 드는 일 아닌데 돈 더 들어올 수 있으니 하루빨리 고쳐보자.
장원 농촌유토피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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