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어머니'도 떠난다... 고위 임원 잇단 사임, 오픈AI에 무슨 일 있나?

이서희 2024. 9. 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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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 전격 사의 표명
공동 창업자 등 오픈AI 초기 멤버 이탈 잇따라
회사 방향성 두고 CEO 올트먼과 갈등 가능성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SVN 웨스트에서 열린 오픈AI 첫 개발자 콘퍼런스에 참석한 샘 올트먼(오른쪽) 당시 오픈AI 최고경영자와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가 전 세계 취재진과의 비공개 간담회 도중 질문을 받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을 총괄해 '챗GPT의 어머니'로 불리는 미라 무라티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5일(현지시간)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무라티는 "나만의 탐험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회사를 떠난다고 했으나, 올 들어 오픈AI의 주요 인사들의 퇴사가 잇따르고 있어 개인적 사유만은 아닐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고연구책임자 등 2명도 함께 퇴사

무라티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임 소식을 직접 알렸다. 그는 "순조로운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정확한 퇴사 시점이나 이후 계획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무라티는 알바니아 태생으로 올해 35세다. 2018년 오픈AI에 합류해 챗GPT 출시 전인 2022년 5월 CTO로 승진했다. 대외적으로 오픈AI를 대표하는 것은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지만, 회사 운영과 제품 개발 등 업무를 실질적으로 지휘해온 건 그였다. 지난해 11월 올트먼이 당시 이사회로부터 해임됐을 당시 임시 CEO를 맡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무라티는 이날 오전 올트먼에게 퇴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이뤄진 일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의 사임 발표 이후 몇 시간 만에 밥 맥그루 오픈AI 최고연구책임자와 바렛 조프 연구부사장도 회사를 떠난다고 밝혔다. 이들 역시 개인적 사유라고 설명했지만, 고위 임원 세 명이 같은 날 퇴사 의향을 밝힌 것을 단순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다. 배경이 있었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올 들어 오픈AI를 떠난 핵심 인사가 이들뿐만이 아니라는 것은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5월 이후에만 오픈AI 공동 창업자 중 하나인 일리야 수츠케버, 역시 공동 창업자인 존 슐먼, 제품 책임자 피터 덩, 수석 연구원 잰 레이케 등이 회사를 떠났고, 공동 창업자 그레그 브록먼은 "재충전"을 이유로 연말까지 장기 휴가를 낸 상태다. 이들은 모두 오픈AI와 시작 때부터 함께했거나 초창기 멤버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라 무라티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가 지난 5월 온라인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새 인공지능 모델 'GPT-4o(포오)'를 발표하고 있다. 오픈AI 영상 캡처

로이터 "오픈AI, 영리기업 전환 추진"

테크업계에서는 초기 멤버들이 잇따라 이탈하는 것은 올트먼이 주도하는 오픈AI의 방향성에 이견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오픈AI가 전형적인 영리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오픈AI는 '인류 전체에 도움이 되는 AI'를 개발한다는 사명에 따라 영리활동을 하는 자회사를 비영리법인이 통제하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유지 중인데, 이런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게 회사의 계획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현재 회사 지분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은 올트먼에게 7% 안팎을 배분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사실상 공익보다는 수익을 내는 것을 우선하게 될 수밖에 없는 개편이어서, 오픈AI 설립 취지에 공감해 합류한 초기 멤버들은 탐탁지 않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무라티가 올트먼의 리더십에 우려를 내비쳐 온 것도 오픈AI 내부에 갈등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무라티는 지난해 오픈AI를 뒤흔들었던 '올트먼 축출 사태' 당시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WSJ는 무라티가 당시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올트먼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면서 "올트먼의 리더십을 '심리적 학대'로 묘사했다"고 전했다. 그의 증언은 이사회의 해임 결정에 영향을 줬고, 따라서 올트먼이 직원들의 압도적 지지 속에 CEO에 복귀한 뒤에는 무라티의 입지가 전보다 불안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는 않은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다만 워싱턴포스트는 무라티 측근의 말을 인용해 "그의 사임이 지배구조 개편 등과는 관계가 없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그를 비롯한 고위 임원들의 잇단 퇴사에 직원들이 동요하는 등 후폭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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