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여름이 된 9월, 위기는 이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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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수십년에 한 번 일어날법한 이상기상 현상이 최근 10여 년 동안 수차례 일어난 것.
올해 여름 날씨는 위기를 위기로 인지하라고 보내는 또한번의 신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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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주 추석 연휴 기간 가장 빈번히 오간 대화 주제 중 하나는 단연코 날씨였을 것이다. 지금껏 한국에서 겪어 보지 못한 더운 추석이었기 때문이다. '겪어 보지 못했다'는 건 단순한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수치가 보여주는 사실이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을 보면 올해 9월 서울의 열대야(밤최저기온 25 ℃ 이상) 일수는 9일이다. 추석 연휴가 포함된 지난 19일까지 나흘 연속 무더운 밤이 이어졌다. 올해를 빼면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래로 서울에서 '9월 열대야'는 1914년 하루, 1935년 이틀, 2023년 하루 총 4일이 전부다. 1948년 후 없던 서울의 9월 폭염(일 최고기온 33℃ 이상)도 올해는 6일 발생했다.
올해 열대야(서울 기준 48일)와 폭염이 유달리 지독했지만 변화가 돌연히 온 건 아니다. 최근 몇 년 간 날씨는 이미 '이전과 다르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1907년 이후 서울 열대야 일수 연 횟수를 보면, 두번째로 많았던 1994년(36일)을 제외하고 1~10위 모두 2012년 이후 밀집해 있다. 수십년에 한 번 일어날법한 이상기상 현상이 최근 10여 년 동안 수차례 일어난 것.
달라진 날씨는 여러 갈래의 위기를 유발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건강을 위협한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감시체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지난 24일까지 기준) 일사병 등의 온열질환 발생자와 사망자는 각각 3684명, 34명으로 같은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온열질환 발생자(443명), 사망자수(6명)를 크게 웃돈다. 역대 최다 폭염일수(전국평균기준 31일)를 기록했던 2018년의 온열질환자(4526명)와 사망자(48명)에 이어 가장 많다. 위기라 칭하는 게 과장이 아닌 수치다.
온열질환자수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위기의 또다른 심각성이 드러난다. 서울·수도권 보다 농어업 종사자 및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는 측면에서다. 올해 온열질환자수의 절대 수는 경기(765명), 전남(401명), 경남(374명), 경북(290명), 충남(244명), 서울(234명) 순이다. 그러나 인구 10만명당 온열질환자수로 보면 전남(22.3명), 제주(18.14명), 충북(12.2명), 경남(11.5명) 등이 서울(2.4명), 경기(5.5명)를 큰 폭 앞선다. 실외 작업장(1160명)과 논밭(527명)이 온열질환 최대 발생 장소였던 영향이다.
이처럼 농어촌, 고령층, 비수도권에 먼저 타격을 가하는 기후변화발(發) 위험의 특성은 그 강도와 속도에 비해 전반적인 체감도를 약화시킨다. 기후변화 대응에 핵심인 에너지전환을 위한 여러 법안들이 국회에서 수년째 공회전하고, 정부 정책 우선순위에서 기후 문제가 밀려 있는 데엔 이런 비대칭적인 피해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 냉방이 되는 사무실에서 일할 수 없거나 대중교통 외 이동할 선택지가 없는 이들에게 폭염을 비롯한 이상기후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삶'에 대한 위협이다. 위험의 정도에 상응하는 위기의식은 생존에 필수적이다. 올해 여름 날씨는 위기를 위기로 인지하라고 보내는 또한번의 신호일 수 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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