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놀다보니 가나다 뗐네[Weekend 문화]

유선준 2024. 9. 2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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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박연문화관서 11월 14일까지
이응 블록 쌓고 미로속 자음 찾기도
마이크에 속삭이면 화면에 글자로 떠
한글놀이터의 '미로 속 자음'
'나도 간판 디자이너'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파이낸셜뉴스 세종=유선준 기자】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부모님한테 혼나면서 한글을 배웠는데, 이렇게까지 흥미롭고 재밌게 배우는지 몰랐어요." (A아동 학부모)

지난 12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 박연문화관 1층에 설치된 180㎡(60평) 규모의 '한글놀이터'. "아이들이 한글에 대한 호기심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학부모들의 말처럼 어른인 기자의 눈에도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시각과 청각, 촉각 등 오감의 시설물들이 어린이들에게 한글의 친근감을 줄 것 같은 모양새였다. 심지어 연약한 어린이들이 다치지 않게 스펀지의 시설물로 배려한 덕분에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어린이 천국'이었다.

어린이가 오감을 통해 한글 원리를 익히는 국내 유일 실감형 한글 체험 전시장인 국립한글박물관의 '한글놀이터'가 첫 번째 지역 순회전으로 세종시 박연문화관에서 오는 11월 14일까지 열린다.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 다양한 한글 문화를 발견하고 체험할 수 있는 '한글놀이터'는 내달 9일 한글날을 앞두고 명소로 급부상 중이다.

국립한글박물관과 세종시는 지난 4월 업무협약을 체결해 한글 문화 가치 확산 및 한글 문화 도시 조성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그간 국립한글박물관은 595㎡(180평) 규모의 박물관 내 '한글놀이터'만 상설 운영해 왔으나 지역민들의 순회 요청 쇄도로 세종시에서 첫 전시에 나선 것이다. '한글놀이터'는 박연문화관에서 두 달간 시범 운영한 뒤 내년부터 세종시의 확장된 공간에서 본격적인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 세종시 전시 후 매년 각 지역을 돌면서 순회 운영할 방침이다.

우선, 박연문화관의 '한글놀이터' 입구에 들어서면 '우리 동네 한 바퀴' 시설물이 어린이들을 맞이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일상의 소리를 어린이들이 귀로 직접 들어보고 입으로 소리를 흉내 내보는 체험물이다. 우리말은 자음 및 모음의 음성학적·구조적 특성으로 의성어와 의태어가 다른 언어들에 비해 훨씬 풍부하다.

언어를 배우는 시기에 부모와 상호작용하며 만드는 흉내 내는 말 체험은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 동네 한 바퀴'는 한글놀이터의 메인인 셈이다.

이가나 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아이들은 '우리 동네 한 바퀴'를 통해 일상의 소리인 타이머 돌아가는 소리, 웃음소리, 오토바이 소리, 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듣게 된다"며 "그 소리를 입으로 흉내 내보는 체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도 간판 디자이너'도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시설물이다. 한글 블록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익숙한 우리 동네 간판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이곳에는 다양한 도형 블록을 넣어 한글을 익히지 못한 어린이들도 즐겁게 체험할 수 있다. 천장에는 캠 카메라가 있어 어린이들이 디자인한 간판이 실시간으로 화면에 보여진다.

'한글놀이터' 내부로 깊숙하게 들어가면 게임 '미로 속 자음'을 체험할 수 있다. 자음 기본 글자(ㄱ, ㄴ, ㅁ, ㅅ, ㅇ)의 가족 글자를 제한된 시간 안에 미로 속에서 찾아보는 게임이다.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4명으로 인원을 제한했고, '한글놀이터'에서 처음 만난 친구와도 즐겁게 즐길 수 있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특히, 지금은 사라진 자음 글자인 옛이응(ㆁ), 반시옷(ㅿ), 여린히읗(ㆆ)이 포함돼 있어 어린이들이 변화된 한글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ㅇ쌓기 놀이'는 ㅇ가족글자(ㅇ-ㆆ-ㅎ)를 해체한 모양의 블록을 활용해 어린이들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블록 체험에서는 어린이들이 소근육을 많이 사용하는데, 'ㅇ쌓기 놀이'는 대근육을 사용해 엄마, 아빠와 함께 상호작용 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한글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이밖에 시설물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글놀이터'에서 만난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을 마이크에 대고 말하면, 음성 인식 시스템이 그 소리 값을 인지하고 그것을 적은 한글과 관련 영상이 화면 안에 나타나게 된다.

또 다른 시설물 '하늘 땅 사람 모음'은 어린이들의 몸, 공과 막대가 재료가 돼 거울에 비춰보며, 모음 글자를 만들어보는 체험이어서 한글의 흥미성과 신체의 유연성 모두를 키울 수 있다.

김일환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앞으로도 한글과 한글 문화의 가치를 널리 전파하는 일환으로 '한글놀이터'의 지역 전시를 확대 운영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rsunju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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