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폐허 속 과학기술 강국 꿈… ‘한강의 기적’ 함께 일궜다
1949년부터 과학 대중화 길 열어… 학생-일반 과학기술 출품작 시상
국내 1호 학자-IT 기업인 등 배출… “미래 선도할 우수 인재 발굴 역할”
과학기술 불모지나 다름없던 시절부터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해 온 ‘전국과학전람회’가 10월 70주년을 맞는다. 제70회 전국과학전람회 작품 전시는 10월 12일에서 11월 1일까지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다. 학생과 일반인이 제출한 과학기술 부문 출품작을 심사해 시상하는 전국과학전람회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과학기술 문화행사다. 1949년 1회 개최 이후 전쟁으로 중단됐던 전국과학전람회는 1956년부터 매회 열려 올해까지 70회 개최됐다.
한국 현대사 함께한 전국과학박람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제11회 전국과학전람회에 출품된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위 사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제5회 전국과학전람회를 관람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
● 광복 후 과학 경연 열기… 과학 대중화 이끌어
전람회의 전신은 민간조직인 조선과학동우회가 주관한 ‘우리과학전람회’다. 1946년 10월부터 3년간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출품작을 받았다. 식민 통치에서 벗어나자마자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도록 희망의 동력이 된 것이다.
1949년부터는 문교부(현 교육부)가 대학생,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전국과학전람회를 처음 개최하며 과학 대중화의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1회 전람회가 열린 이듬해에는 6·25전쟁으로 전람회가 중단되기도 했다. 1960, 70년대에는 물상과 생물 분야에 국한됐던 출품 분야가 확장됐다. 화학, 지구과학, 산업기술이 추가됐고, 이후 산업기술은 농수산·공업·생활과학으로 세분됐다.
도시화 및 산업화가 일어난 1960년대에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출품작들이 등장했다. 태양에너지 실용화, 민물새우 양식, 불연성 조립식 주택 등의 작품이 출품됐다. 1969년에는 전람회 주최가 문교부에서 과학기술처로 바뀌면서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가 더욱 확고해졌다. 1970년대는 지역사회 개발 운동인 새마을운동과 농어민 소득 증대에 활용할 수 있는 작품인 디지털 전기 용량계 개발, 금속 표면 처리 연구 등이 주로 출품됐다.
● 성장 그늘 역사도 함께… 퍼스트 무버 발굴 기대
1990년대에는 전람회를 국립중앙과학관이 주관하게 되면서 후원 기관도 더욱 많이 늘며 범국가적 행사가 됐다. 환경, 보건 분야도 추가됐다. 이 시기 전람회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라는 기존에 없던 풍조를 보여주기도 했다. 전람회 입상자들에게 대학 입학 특전을 주는 등 과학기술자 양성을 위한 유인책이 시행됐다.
한국 현대사 함께한 전국과학박람회 2023년 전국과학전람회에 출품된 작품들.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
전람회는 과학기술 인재 발굴의 산실인 만큼 학계와 산업계에서 주목받는 전람회 수상자들도 있다. 제1회 전람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임한종 고려대 명예교수는 국내 1호 기생충학 박사가 됐다. 전람회 참가 당시인 고등학교 2학년 때 이미 개구리 기생충에 대한 작품을 출품했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광합성 작용에 대한 통계적 분석을 출품해 대상을 받았다. 당시 경험으로 과학적 소양을 쌓기 시작한 윤 사장은 향후 오늘을 있게 한 밑거름으로 전람회 수상을 꼽았다.
정부는 한국이 과학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전람회를 통해 앞으로 퍼스트 무버가 될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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