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차기총리 3파전… “다카이치 당선땐 한일관계 악영향 우려”
이시바 경험, 고이즈미 쇄신 강조
다카이치 “총리돼도 야스쿠니 참배”
지지후보 안 밝힌 의원들 많아 변수
차기 일본 총리가 될 집권 자민당 총재를 뽑는 선거가 27일 치러진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이 겨루는 3파전 양상이다. 한일 관계 개선을 치적으로 내세우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후임으로서 누가 당선되든 한일 관계는 물론 한미일 협력, 동아시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3강 후보 중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이 당선될 경우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강경 보수 성향인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총리가 돼도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한국의 강제징용 배상 대법원 판결에 대한 제3자 변제안 발표 후 어렵게 개선된 한일 관계가 다시 악화 일로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야스쿠니 참배” 공언한 다카이치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한일 유화 노선을 부정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한일 관계뿐 아니라 미일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스쿠니 총리 참배로 한일 관계가 틀어지는 건 한미일 공조 강화를 중시하는 미국의 입장과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자위대 헌법 명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사한 아시아 집단 안보 체제 구축 같은 동아시아 정세를 크게 바꿀 수 있는 공약을 내세웠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한일 관계에 대한 뚜렷한 태도를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한일 관계와 관련된 적극적 태도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일 관계에 그나마 적극적이라는 이시바 전 간사장도 강제징용 문제 등에서 진전된 입장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본인의 문제의식 때문에 한미일 안보 협력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3강 후보 물고 물리는 대혼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선 당 국회의원 368명 표에 당원 수십만 명의 투표를 368표로 환산 후 더해 가장 많은 표를 얻는 사람이 당선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곧바로 1, 2위 후보가 겨루는 2차 투표를 진행한다. 2차 때는 국회의원 368표에 47개 도도부현련(한국 정당의 시·도당)이 1표씩 행사한 47표를 더해 당선자를 뽑는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3강 후보들은 지지율은 물론이고 평소 인간관계, 성향도 엇갈리는 물고 물리는 삼각 견제 관계”라고 분석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경험,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보수 성향,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쇄신 이미지를 앞세워 막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최종 판세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등 ‘킹 메이커’로 불리는 막후 실력자의 선택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국회의원 수십 명의 표를 좌우할 힘을 갖고 있지만, 총재 당선자와의 관계를 위해 최대한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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