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너무나 한국적인 美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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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승기를 잡은 것 같았던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 후보의 등장과 함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대선 상황이 우리와 판박이라는 것이다.
너무나 한국적이지만 결코 한국적이진 않은 미국 대선 속, 그들이 내놓는 명확한 정책 대조가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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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승기를 잡은 것 같았던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 후보의 등장과 함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역대급 초박빙 접전 승부가 되리라는 게 중론이다. 남의 나라 선거에 일희일비할 바는 아니지만 관전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대선 상황이 우리와 판박이라는 것이다. 유명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과 여러 재판을 받는 피의자인 이재명 대표의 상황은 역시 검사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지낸 해리스와 많은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간의 대결 구도를 연상케 한다.
기상천외한 음모론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해리스 후보의 유세에 운집한 대규모 군중 사진이 인공지능(AI) 조작이라는 주장부터 TV토론 위장 이어폰 사용 음모론과 트럼프 피격 자작극 주장까지, 우리의 계엄령 음모론과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은 싱겁게 느껴질 정도다.
어쩌면 이 상황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정치 갈등이 심하지 않은 나라는 없다지만 한국과 미국은 그 정도가 선을 넘은 지 오래다.
정치 양극화 조사에서 그들이 1, 2위로 뽑히는 것은 더는 학계에서 새롭지 않은 사실이다. 트럼피시트, 개딸 등 비이성적 ‘팬덤형 집단주의’가 득세하고 있는 것만 봐도 양국의 정치가 얼마나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정치 양극화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정책과 이념의 차이를 토양 삼아 다양한 정치 양극화가 파생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여야 간 그 차이가 선명하지 않다.
특히 경제 정책에서 보수와 진보의 선명성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어진 지 오래다.
오직 경쟁자를 ‘악’으로 치부하며 적대적 반감을 갖는 ‘정서적 양극화’가 우리 정치 양극화의 뿌리, 아니 전부에 가깝다.
당연히 정서적 양극화 속에 민생이 설 자리는 좁아진다. 극단적 지지층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정치는 그들의 눈치를 본다.
대표적인 사례로 사법 리스크 방탄용 입법 폭주와 얼토당토않은 검사 탄핵을 꼽을 수 있다.
선거철마다 나오는 선명성 대결은 정서적 양극화의 물결 속에 공허한 외침으로 묻히고 만다.
선거가 끝난 뒤 ‘정책으로 차별화했어야 했는데.’ 이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나 싶다.
반면 정책·이념에서의 양극화는 나쁘게만 볼 건 아니다.
정책적인 선명성 차이를 통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 정치 전반에 관심을 높인다는 점에서 때로는 이롭고 때로는 공격하는 공생균과도 같다고 할까.
너무나 한국적이지만 결코 한국적이진 않은 미국 대선 속, 그들이 내놓는 명확한 정책 대조가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
그냥 지켜보기라도 해보자. 보수, 진보의 가치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워진 이 세상에서 정치의 기본 기능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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