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테크] 2080년이면 리튬 광산 고갈…대안은 바닷물의 리튬

이병철 기자 2024. 9. 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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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지, 바닷물서 리튬 추출 논문 2편 게재
사우디는 전기에너지, 중국은 태양열로 생산
볼리비아의 우유니 염호(Salar de Uyuni)에서 인부들이 리튬을 얻기 위해 소금을 채취하고 있다. 현재 산업용으로 쓰이는 리튬 대부분은 우유니 염호나 광산에서 채굴하고 있다./블룸버그

전 세계 리튬 광산이 이르면 2080년에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과학기술계가 대안의 리튬 생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거대한 리튬 저장고인 바다에 주목하고 있다. 바닷물에서 리튬을 추출할 수 있다면, 비싼 리튬이온전지 가격을 내려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대와 중국 난징대 연구진은 27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각각 바닷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새로운 기술을 발표했다. 킹압둘라대는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순도 높은 리튬을 추출하는 방식을 소개했으며, 난징대는 태양열로 바닷물의 증발 효율을 높여 리튬을 얻는 기술을 발표했다.

리튬이온전지에서 리튬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가면서 전자 이동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전류가 발생한다. 리튬이온전지는 가벼우면서도 에너지 밀도가 높아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용 전자기기와 전기차에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리튬 사용량이 빠르게 늘면서 리튬 광산도 머지 않아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킹압둘라대 연구진은 “지상 광산과 고농도 염수 광산은 2080년이면 고갈될 가능성이 크다”며 “바닷물처럼 저농도 염수가 리튬 공급을 대체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바닷물에도 리튬이 있지만 농도가 워낙 낮아 지금으로선 가치가 없다. 경제성이 있으려면 리튬 농도가 최소 100ppm(1ppm은 바닷물 1㎏ 당 리튬 1㎎)은 넘어야 하지만, 바닷물에는 리튬이 0.25ppm농도로 녹아 있다. 기존 기술로는 바닷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더라도 상업성이 전혀 없다.

킹압둘라대 연구진은 리튬이온전지를 이용해 리튬 추출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리튬이온전지를 충전하면 음극에 리튬 금속이 쌓이는데, 이 방식을 리튬 추출 장치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연구진은 바닷물과 민물에 각각 철-인산염, 은 화합물 전극을 담근 후 전력을 주입했다. 그 결과 바닷물에 담긴 전극 주변으로 바닷물에 녹아 있던 리튬이 금속으로 추출됐다. 리튬 추출 효율은 84%에 달했으며, 추출한 리튬의 순도는 99.95%로 나타났다.

리튬 추출에 필요한 에너지는 바닷물과 민물 사이의 삼투압 차이로 발생하는 전기에너지로 충당해 비용도 효율화했다. 에너지 사용량은 기존 방식보다 21.5% 줄어 경제성도 높였다.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대 연구진이 바닷물에서 리튬 추출 기술 개발에 영감을 얻은 리튬이온전지 음극 덴드라이트(왼쪽)와 중국 난징대 연구진이 참고한 고염분 지역에서 사는 수생식물 '스파르티나 알테르니'(오른쪽)./퍼블릭 도메인

난징대 연구진은 별도의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태양열을 이용해 바닷물을 증발시킨다는 개념이다. 염전에서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는 방식과 비슷한 방식이다.

난징대 연구진은 염분이 높은 습지에 사는 식물인 할로파이트(Halophyte)가 염분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방식에서 영감을 얻었다. 기술의 핵심은 알루미늄 나노입자로 만든 얇은 막이다. 나노분리막은 리튬만 통과할 수 있다. 여러 물질이 섞인 바닷물에서 리튬을 따로 분리해낸 후 물을 증발시키면 고순도의 리튬 금속을 얻을 수 있다.

연구진은 500시간 이상 반복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리튬 추출장치 1개당 매일 33.2㎎의 리튬을 추출할 수 있었다. 막 재생을 위한 준비 시간은 2시간에 불과했다. 해가 뜨는 낮에는 바닷물을 증발시켜 리튬을 생산하고 밤에는 막을 재생해 리튬 생산성을 높였다.

리튬이온전지 사용량은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포츈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리튬이온전지 시장은 올해 794억달러(약 106조원)에서 2032년 4468억달러(약 595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과학기술계는 바닷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이 리튬이온전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스 달링 미국 아르곤연구소 최고과학기술책임자(CSTO)는 이날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평 논문에서 “바닷물은 고갈될 우려가 없는 무한한 자원으로 장기적인 리튬 공급원으로 주목해야 한다”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위해 정부와 과학기술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g8487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m7034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s3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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