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기로 제7광구… 한일, 39년 만에 연장 논의

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 2024. 9. 27.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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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도쿄서 JDZ 공동위원회 개최
그래픽=김성규

한국과 일본이 39년 만에 ‘7광구’로 불리는 제주도 남방 200㎞의 해저 대륙붕 협정 유지 여부에 대한 협상에 착수한다.

한일은 27일 한일남부대륙붕공동개발협정(JDZ) 6차 공동위원회를 도쿄에서 개최한다. JDZ 5차 공동위가 마지막 열린 것은 1985년으로 약 40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한일은 1974년 7광구 전체와 제주 남쪽 해역 일부를 JDZ로 지정, 공동 개발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1978년 발효된 JDZ는 내년 6월부터 연장 또는 폐지될 수 있다. JDZ는 50년의 유효 기간이 끝나는 2028년 6월의 3년 전부터 일방이 협정 종료를 선언할 수 있도록 규정, 이번 협상이 열리게 됐다.

남한 면적의 약 80%(약 8만2000㎢)에 이르는 7광구는 석유 매립 가능성 때문에 주목받아왔는데, 중국도 최근 이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JDZ 연장 협상이 결렬되면 한·중·일 3국의 ‘자원 전쟁’이 이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김성규

우리 정부는 2023년 한일 관계 개선을 계기로 협정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일본이 JDZ를 파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국내외 일각에서 제기돼 왔다.

협정이 체결된 후 50년 동안 국제법과 판례가 크게 변했는데, 이런 기류가 일본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이 같은 관측의 배경이다. 70년대 협정이 체결될 때 만해도 ‘대륙붕 연장론’이 인정되는 추세였다. 일본 오키나와 해구 앞에 위치한 7광구에 대해 한국이 관할권을 주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서 거리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영해기선에서 200해리를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정한 유엔 해양법협약도 1982년 등장했다.

7광구와 가까운 일본에 유리해진 것이다. JDZ 협정은 공동 탐사를 규정하고 있는데, 일본은 이런 국제 기류를 타고 탐사에 소극적으로 나오며 협정 종료 시기만 기다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본에선 7광구에 대해 관심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이 지난 2월 “재교섭을 포함해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절히 대응할 생각”이라며 “유엔 해양법 규정이나 국제 판례에 비춰 중간선을 바탕으로 경계를 확정하는 게 공평한 해결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한국과 재교섭, 일본과 가까운 해역인 7광구 관할권 대부분을 일본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한대륙붕남부협정은 향후 일·한 대립을 가져올지 모르는 불씨”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현재는 경제성 탓에 본격 개발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굴착 기술의 진보에 따라 장기적으론 개발이 진척될 것이란 시각이 강하다”고 보도했다.

JDZ가 일본에 의해 종료되더라도 일본이 이 지역 개발권을 자동으로 갖게 되는 것이 아니다. JDZ가 연장되지 않으면 ‘한일 공동개발구역’이 사라져 7광구는 ‘경계 미획정 수역’으로 남게 돼 앞으로 양국 간 별도의 획정 회담을 해야 한다.

JDZ 연장 여부는 27일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날 사실상 일본의 차기 총리를 뽑게 되는데, 당선이 유력한 후보인 이시바 시게루, 고이즈미 신지로, 다카이치 사나에 3명 모두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없다. 하지만 강경 우익 성향인 다카이치가 총리가 될 경우엔 ‘협정 종료 통보’와 같은 강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1974년 7광구 협정이 체결될 때만 해도 대륙붕 문제에 관여할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미국과 함께 G2로 불릴 정도로 힘을 키우면서 7광구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동중국해에 위치한 7광구의 상당 부분이 중국 대륙에서 뻗어나간 중국 측 대륙붕이라는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주장하에 중국은 7광구 서남 측 해역에서 가스전 추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양희철 해양정책연구소장은 “7광구 협정이 종료되면 중국이 개입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으니, 일단 한일이 이를 연장하면서 양국 간 내부 협상을 해 나가자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륙붕·배타적경제수역(EEZ)

대륙붕: 해안에 연접해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수심 200m 이내 지역으로, 영해기선(領海基線)으로부터 최대 350해리까지 인정. 별도의 법률 제정이 없어도 영유권이 인정된다.

배타적경제수역(EEZ): 자원의 탐사, 개발, 보전, 관리에 대한 연안국의 주권적 권리가 인정되는 해역으로, 영해기선으로부터 최대 200해리까지 인정.

☞한일공동개발구역(JDZ)

제주도 남쪽과 일본 규슈 서쪽 사이 해역의 대륙붕으로, 면적은 서울의 약 124배. ‘7광구’는 한국 정부가 붙인 명칭이다. 1978년 한일 양국은 50년간 이 지역을 JDZ로 관리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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