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소버린, SK와 경영권 분쟁서 1조 챙겨
국내 재계에서 ‘적대적 M&A(인수·합병)’ 역사는 약 30년 정도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 기업공개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법 조항을 뒀기 때문에 이전에는 적대적 M&A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후 1993년 대주주의 경영권 보장 조항이 폐지되면서 적대적 M&A 사례가 가능해졌다. 1994년 한솔제지의 동해투금 인수, 동부그룹의 한농 인수 등을 시작으로 적대적 M&A도 본격화했다.
1997년 대농그룹이 경영하던 유통 기업 미도파 사태는 적대적 M&A로 모두 패자가 된 사례로 꼽힌다. 외국인이 매집한 주식을 넘겨받은 신동방그룹 중심의 적대적 M&A에 당시 재계는 전경련 중심으로 대농의 방어를 도왔다. 대농은 약 1200억원을 투자해 경영권을 방어했지만, 외환 위기 이후 대농그룹, 신동방그룹 모두 파산했다.
2003년에는 헤지펀드 소버린이 1768억원을 투입해 SK㈜ 주식 14%를 매입하고 당시 최태원 회장 교체를 주장하며 경영권 다툼이 이어졌다. 당시 SK의 직접 보유 지분은 소버린보다 적은 13%에 그쳐 국내 대기업의 취약한 경영권 방어 구조가 드러났다.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도 폭등했다. SK는 하나은행 등 백기사를 통해 우호 지분을 늘리고 1조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해 경영권을 방어했다. 결과적으로 최 회장 측이 경영권은 지켰지만 소버린은 약 1조원 차익을 챙겨 떠났다.
2000년대 중반 승계 국면에서 범(汎)현대가(家)의 적대적 M&A도 이어졌다. 2003년 현정은 당시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은 시숙부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사실상 현대그룹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경쟁을 벌였다. KCC가 지분 8% 공개 매수는 성공했지만 경영권 인수에는 실패했다.
작년에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두고 카카오와 하이브 사이 적대적 M&A 경쟁이 이어졌다. 카카오는 사우디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투자금 1조2000억원을 유치했고, 하이브도 조 단위 차입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2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타이어기업 한국앤컴퍼니 형제간 경영권 다툼에 참여했다. MBK는 당시 장남 조현식 고문과 손잡고 지분 공개 매수에 약 6250억원을 투입했지만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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