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사장단 “중국, 이젠 무서워해야 할 대상”

박순찬 기자 2024. 9. 2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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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회장 워크숍 주재
지난 25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 구광모(가운데) 회장을 비롯한 LG그룹 최고 경영진이 중장기 사업 전략을 논의하는 모습. 앞줄 왼쪽부터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구 회장, 권봉석 LG 부회장. /LG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LG그룹 최고 경영진이 모여 ‘중국의 공습’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속 가전·배터리·석유화학 등 주력 사업 분야에서 중국 업체와 경쟁하는 LG그룹 수뇌부가 중장기 전략 마련에 나선 것이다.

지난 25일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LG그룹 사장단 워크숍에선 조주완 LG전자 CEO(최고경영자)의 ‘중국 위협 보고’가 주요하게 논의됐다. 이 자리에는 구 회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 사업본부장 등 40여 명의 최고 경영진이 참석했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글로벌 가전 전시회 IFA를 다녀온 조 CEO는 중국 기업들이 단순히 원가 경쟁력이나 SCM(공급망 관리) 측면뿐 아니라 기술력이나 디자인에서도 빠르고, 위협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IFA 현지 기자 간담회에서도 “중국의 TCL과 하이센스를 보니 상당히 많이 따라왔다. 중국은 이제 폄하할 대상이 아니고 무서워해야 할 대상”이라고 위기감을 토로한 바 있다. 로봇 청소기 등 중국에 시장 주도권을 뺏긴 분야에 대해서도 “우리가 늦은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중국 업체들은 가전뿐 아니라 석유화학,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LG의 핵심 사업 분야에서 위협을 지속하고 있다. 그룹 최고 경영진은 LG가 어떤 측면에서 중국과 차별화를 꾀하면서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집중 토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워크숍에선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선 고객이 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LG만이 줄 수 있는 고객 가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룹 내 대부분의 사업에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 개선 수준으로는 안 된다. 더 높은 목표를 세워야 한다” 등의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구광모 회장은 최고 경영진에게 “기존에 해오던 방식 대신 최고, 최초의 도전적인 목표를 세워 LG의 미래에 기록될 역사를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모두가 백색 가전의 한계를 말했지만, 우리는 성장세가 둔화하는 속에서도 5% 개선이 아닌 30% 혁신 성장을 목표로 세워 세계 가전 시장을 이끄는 1등 브랜드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업 철수 이야기까지 있었던 배터리 사업에서 세계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를 양산하고, 한국에선 불가능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FDA(미 식품의약국) 신약 승인을 최초로 해냈다”며 높은 목표에 대한 도전을 재차 강조했다.

LG그룹은 미래 먹거리로 ‘ABC(AI·바이오·클린테크)’를 꼽고 있다. 최고 경영진은 각 분야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시너지를 내며 구현되고 있는지를 집중 점검했다. 토론을 마친 후 구 회장은 차량의 AI 수행 비서가 주행 환경에 맞춰 차량 내부를 자동 제어하는 ‘공감 지능 모빌리티 AI’를 직접 체험하고, AI가 통화 내용을 요약하고 일정을 제안하는 AI 통화 서비스도 주의 깊게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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