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0.25%p 내리면 서울 집값 0.83%p 더 올라”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하락하면 1년 이후 서울의 집값이 0.83%포인트 더 오른다는 분석을 담은 금융 안정 상황 보고서를 26일 발표했다. 같은 경우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은 0.43%포인트 더 상승하는데, 서울 집값 추가 상승률은 전국 평균의 2배 정도 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내수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까지 0.5%포인트의 큰 폭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한 마당이라 한은도 금리 인하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한은의 경고다. 일각에선 한은이 금리 인하 분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뛰는 것을 막기 위해, 집값 상승 경고를 미리 해두는 것이란 말도 나온다. 한은은 올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10월과 11월, 2차례 남겨두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앞으로 나올 지표를 보면서 판단해야 하는데 10월이 될 수도, 11월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금리 인하기에는 그간 증가해 왔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가 완화하고 취약 대출자의 연체율 하락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면서도 “주택 가격 상승, 가계 부채 증가 등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한은은 2년 전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하락하면 1년 이후 가계 대출 증가율이 0.15%포인트 정도 확대된다”고 분석한 적이 있다. 대출금리를 내릴수록 가계 대출이 늘고, 집값 상승 폭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늦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기 때문에, 한은이 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더 강조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설명회에서 ‘가계 부채 증가세 둔화’에 대해 “이달 들어 주택 가격 상승세와 가계 부채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면서도 “완전한 추세 전환인지 확실한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가계 부채를 국내총생산(GDP) 증가 폭에 맞춰 관리해 보자는 정부의 의지가 강해 점차 안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했다.
한은은 집값을 안정화하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트레스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 제도의 안착을 유도하는 등 건전성 관리 방안을 잘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주요국의 예를 들었다. 캐나다의 경우 올 들어 3차례에 걸쳐 총 0.7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가계 대출 증가율(6월 말 기준)은 3.4%로 1년 전(4.1%)보다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캐나다 정부가 작년 12월에 LTV(집값 대비 대출 한도)를 80%에서 65%로 하향해 빚 규모를 줄이는 규제 등을 마련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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