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의 황홀경이 온다… 블록버스터 ‘라 바야데르’

이태훈 기자 2024. 9. 27.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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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국립발레단, 고전발레 걸작 잇따라 무대로… 한국에만 허락된 축복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의 2막, 전사 ‘솔로르’와 공주 ‘감자티’의 결혼식장에서 사원의 무희 ‘니키야’ 역의 수석무용수 강미선이 곧 닥쳐올 죽음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꽃바구니를 들고 춤추고 있다. 강미선은 지난해 세계 무용계 최고의 영예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상을 받았다. /유니버설발레단

120여 명의 무용수, 200벌 넘는 의상, 3시간 가까운 공연 시간. ‘라 바야데르’<키워드>는 대극장 전막 발레의 ‘블록버스터’다. 조역과 군무(코르드발레) 무용수들까지 고른 실력을 갖춰야 해서, 이 작품을 제대로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발레단은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한국에선 약 한 달의 시간차를 두고 연달아 두 발레단이 이 대작을 무대에 올린다. 각자 개성 있는 안무와 매력으로 빛나는 작품<그래픽>. 유니버설발레단은 27~29일, 국립발레단은 10월 30일~11월 3일, 둘 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라 바야데르’를 공연한다. 게다가 둘 다 세계 무용계 최고 영예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상을 받은 한국인 무용수들을 필두로 두 발레단의 간판 무용수들이 주역으로 춤춘다. 이 무대는 어쩌면 우리 관객들에게만 허락된 축복이다.

◇여주인공은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자

인도의 황금 제국, 사원의 아름다운 무희(舞姬) ‘니키야(국립발레단은 ‘니키아’)’는 제국의 가장 용감한 전사 ‘솔로르’와 비밀스러운 사랑에 빠진다. 왕이 공주 ‘감자티’를 전사와 결혼시키려 하자 남몰래 무희를 흠모했던 사제 ‘브라민’은 질투에 휩싸여 둘의 관계를 고해 바친다. 욕망과 배신, 시기와 질투가 엇갈리며 죽음의 소용돌이가 덮쳐온다.

국립발레단은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의 에투알(수석 무용수) 박세은과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의 간판 수석 무용수 김기민을 초청해 각각 ‘니키야’와 ‘솔로르’를 맡겼다. 두 사람 모두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자. 국립의 ‘라 바야데르’는 24일 오후 3시 티켓을 오픈한 지 35분 만에 전 회 전석을 매진시켰다.

유니버설발레단 역시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자인 수석 무용수 강미선이 여주인공 ‘니키야’로 무대에 선다. 또 이번 유니버설의 ‘라 바야데르’엔 내년 2월 김기민에 이어 한국인 두 번째로 세계 최고 발레단 마린스키에 입단할 예정인 전민철이 남자 주인공 ‘솔로르’로 데뷔한다. 전민철의 공연은 예매 5분 만에 매진됐다.

◇화려한 서정 VS 힘 넘치는 군무

전설적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를 계승한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은 1999년 국내 초연 뒤 2018년에 이어 6년 만의 공연. 러시아 황실 발레의 전통을 이은 만큼 한층 화려하고 섬세한 서정성이 강점이다. 발레단 관계자는 “올레그 비노그라도프(87) 전 마린스키발레 예술감독이 방한해 연습 과정을 지켜봤는데 ‘마린스키보다 더 마린스키답다’며 감동했다”고 전했다. 2막의 솔로르와 감자티의 결혼식 장면에서 등장하는 높이 2m, 무게 200㎏의 대형 코끼리는 유니버설 버전에만 있다. 6명이 직접 내부에 들어가 코끼리를 움직인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 동양인 최초 에투알(수석 무용수) 박세은의 ‘라 바야데르’ 공연 장면. /파리오페라발레

국립발레단은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의 상징적 존재인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재안무한 ‘라 바야데르’를 공연한다. 국립이 2013년 초연했고, 2021년 이후 3년 만의 무대다. 발레단 관계자는 “그리고로비치 감독은 늘 ‘내 안무는 위에서 내려다볼 때 더 제대로 볼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볼쇼이 스타일의 기하학적 아름다움과 힘 있는 군무가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두 버전 모두 백미는 3막의 ‘망령들의 왕국(The Kingdom of the Shades)’ 장면이다. 흰색 튀튀를 입은 무용수 32명이 아라베스크(한쪽 다리를 뒤로 높게 들어 올리는 동작)를 반복하며 언덕을 가로질러 내려올 때의 아름다운 춤 앞에선 눈을 깜빡이는 찰나조차 아쉽게 느껴진다. 발레단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곧 군무의 수준이고, 한국은 이 정도 규모의 군무를 훌륭하게 소화해 낼 발레단을 둘이나 갖고 있다. 발레 팬들을 황홀경에 빠뜨릴 경이로운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라 바야데르(La Bayadère)

1877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한 클래식 발레 작품. ‘바야데르’는 힌두 사원의 무희를 뜻한다. 무희 ‘니키야’(국립발레단 버전은 ‘니키아’), 전사 ‘솔로르’, 공주 ‘감자티’와 승려 ‘브라만’ 등 네 인물의 사랑과 욕망이 엇갈리는 격정적 이야기. 3막 중 발레리나 32명의 아름다운 군무 ‘망령들의 왕국(The Kingdom of the Shades)’ 장면이 특히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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