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0만원’ ‘받고 더’ 전남 군수 선거, 미리 보는 대선판

조선일보 2024. 9. 2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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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선거를 앞두고 야당 대표들이 총출동했다. 사진은 이날 영광군 한 교차로·곡성군민회관 앞에서 시민들과 각각 이야기를 나누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위)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아래) 모습. /연합뉴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보궐선거에서 ‘현금 살포’ 공약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틀 연속 전남을 찾아 지방정부 예산을 활용한 100만원가량의 ‘주민 기본소득’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조국당 조국 대표도 현지에서 영광행복지원금 120만원, 곡성행복지원금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재정자립도에서 영광군은 기초자치단체 229곳 중 163위, 곡성군은 172위에 머물고 있다. 두 군 모두 재정에서 자체 수입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군민에게 줄 현금이 하늘에서 떨어지나.

영광군의 경우 양당은 현금 살포 재원으로 영광 한빛원전이 내는 ‘지역자원시설세’를 꼽았다. 영광 인구 5만명에게 100만~120만원을 주려면 500억~600억원이 필요하다. 영광 원전 이익으로 얻는 연간 500억원의 지역 세수를 전부 현금으로 뿌려야 한다. 이 세수를 쓰던 기존 사업들은 어떻게 되나. 민주당은 탈원전에 앞장섰던 정당이다. 조국 대표도 탈원전을 강행한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지냈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우리 원전 생태계를 완전히 망가뜨릴 뻔했다. 그래 놓고 원전 덕분에 생긴 수입을 매표용 포퓰리즘 공약에 털어 넣겠다고 한다.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약속하는 동시에 선거 이틀 전에 아동수당 1조원을 미리 뿌렸다. 현금 살포가 선거 압승에 크게 기여한 것을 모두 목격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이 코로나 피해 보상으로 “(윤석열 후보가) 집권하면 100조원 정도를 투입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환영한다. 당장 하자”고 했다. 100조원은 당시 예산의 15%가 넘는 막대한 돈이다. 군 복무 기간은 선거 때마다 줄었다. 반면 기초 연금은 선거 때마다 올랐다. 무상급식·무상보육 등 각종 무상 복지는 모두 선거의 산물이다. 이제 포퓰리즘에 여야 구별도 없다.

전남 군수 선거 판세는 양당이 박빙이라고 한다. 호남 주도권이 달렸다고 하지만 인구 3만~5만명의 군수를 다시 뽑는데도 ‘100만원’ ‘받고 더’라는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3년 후 대선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앞당겨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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