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투세는 조세정의 차원에서도 반쪽짜리다

안세준 변호사·전 조세심판원 심판관 2024. 9. 2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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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정의 측면에서 보면 상장 주식 양도차익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과세할 때 세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든다면 그래도 과세하는 것이 옳은가? 주식시장은 길게 보면 돈을 번 만큼 잃은 자가 있는 제로섬 시장이다. 즉, 주식시장 참가자의 양도차익과 양도차손의 합은 장기적으로 영이 된다는 말이다. 주식시장 참가자를 과세하는 방법에 따라 개인, 법인, 외국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들의 주식 운영 능력은 평균적으로 개인이 가장 낮고 외국인이 가장 높다고 추측함이 상식적일 것이다. 그런데, 상장 주식 양도차익을 과세한다고 할 때 과세 대상은 (금투세는 소득세에 속하므로) 개인에 한정되고, 개인 중 일부에게는 양도차익이 생기겠지만 양도차손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아 차익과 차손을 합치면 전체적으로 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세수가 어떻게 줄어들 수 있는지가 궁금할 텐데, 개인이 주식 거래로 양도차손이 생기면 그 차손분을 나중에 양도차익이 생길 때 공제하여 주는 이월 공제를 통하여 가능하다. 즉, 양도차손이 생긴 해에 세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양도차익(또는 다른 금융 투자 소득)이 생기면 과거 차손분만큼 과세할 수 없게 되므로 그만큼 세수가 줄어든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금투세 세수가 1년에 1조3000억원쯤 된다는 말은 뭔가?

그것은 아마 금투세를 시행하여 상장 주식 양도차익을 과세하기 시작하면 초기에는 이월된 차손분이 별로 없으므로 세수에 영향을 별로 미치지 못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월분이 점차 쌓이게 되면 건질 세수도 점차 줄어들어 나중에는 세수에 보탬이 아니라 세수의 구멍으로 전락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이월분이 무한정 쌓이는 것이 부담이 된 정부는 이월 공제를 5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5년 제한이 있는 한 세수에 별 보탬이 되지 않을 수는 있어도 절대로 구멍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월 공제 5년 한도를 납세자 입장에서 보면, 과거 양도차손으로 손해를 보았다면 현재 양도차익이 발생해도 이월 공제로 낼 세금이 없어야 하지만 5년 한도에 걸려 억울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라는 것이 조세 정의라면 “소득이 없다면 과세하지 않는 것”은 상식이다. 도대체 5년에 한하여 이월 공제를 허용하는 논리적 근거는 있는가? 1997년 외환 위기, 2008년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주식시장은 큰 곡선을 그리면서 출렁거리는 점을 고려해보면 5년을 10년(입법안)으로 연장해도 부족하고 미국, 영국 등 다수의 국가와 같이 무제한으로 허용해야 한다. 그러나 무제한으로 허용하면 세수의 구멍이 우려될 것으로, 결국 한도가 있으면 “소득이 없는데 과세”하는 것이 되고 한도가 없으면 “세수 없는 과세”가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또한 거래세를 없애고 소득세로 과세하는 것이 옳다는 전제에서 보면 상장 주식 양도차익을 과세하게 되면 6조원이나 되는 증권거래세를 없애야 한다. 옳은 방향이고 세금 없어지는 것 싫어하는 국민이야 없겠지만, 조세 정의를 명분으로 시작하는 과세로 곳간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조세란 1차 목적이 세수를 확보하는 것이고, 조세 정의라는 것도 이왕 걷은 세금이라면 공평하게 걷자는 부차적인 목적이다. 조세 정의를 위하여 시작하는 과세로 오히려 세수가 줄어든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과세와의 형평이다. 외국인은 세법에서 지분율 25% 미만이면 과세하지 않고 25% 이상이더라도 조세 조약에서 비과세하기도 한다. 외국인 투자가 절실했던 과거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지만, 개인에 대하여 상장 주식 양도차익을 과세하기 시작한다는 현시점에서 비교해 보면 마치 강자는 건드리지도 못하고 약자에게만 조세 정의를 실현하려는 반쪽짜리로 보인다.

안세준 변호사·前 조세심판원 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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