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14] 커브 길에 들어선 승부
남산(南山)은 남녘의 산을 일컫는다. 한자 세계에서는 흔한 지명이다. 서울 한복판에도 이 남산이 있다. 그런 만큼 중국 시사(詩詞)에서도 늘 마주치는 이름이다. 그런 남산의 지름길을 가리키는 성어가 남산첩경(南山捷徑)이다.
여기에 나오는 ‘남산’은 고대 중국 여러 왕조의 수도 장안(長安) 남쪽에 있던 종남산(終南山)을 말한다. 이 남산에 은거했던 한 사람의 처세와 관련이 있는 성어다. 이 인물은 과거에 급제했으나 벼슬자리를 얻지 못했다.
그는 느닷없이 종남산 한 자락에서 은거를 시작했다. 실력을 감추고 세상에 나서지 않는 ‘은자(隱者)’의 이미지를 이용한 일종의 홍보 전략이었다. 그로써 그는 결국 벼슬을 얻는다. 깊은 산에서 출세의 지름길을 찾아낸 잔꾀였다.
그 ‘첩경’의 앞 글자 첩(捷)은 전투에서 이기는 경우를 일컫기도 하지만, ‘빠르다’ ‘날래다’는 뜻도 있다. 첩보(捷報)는 승리의 소식, 대첩(大捷)은 크게 이김이다. 아울러 민첩(敏捷)이나 쾌첩(快捷)은 재빠르고 영리함이다.
중국에서 ‘첩경’은 작은 길이라는 소도(小道), 굽은 길이라는 만로(彎路), 가까운 길이라는 근도(近道)로도 표기한다. 요즘 중국에서는 커브 길을 가리키는 만도(彎道)라는 단어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다. 일종의 유행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커브 길에서 남을 앞지르자는 ‘만도초차(彎道超車)’라는 말이 중국의 국가 전략처럼 쓰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로 선진국의 첨단기술 수준을 단번에 추월하자는 취지다. 실제 전기차와 태양광, 인공지능 분야에서 발전은 대단하다.
넓고 곧은길에서의 경쟁보다는 커브 길에서의 ‘지름길 승부’를 퍽 선호하는 중국이다. 1950년대 말 대약진운동(大躍進運動) 등 전례가 많다. 중국이 과연 이번에는 무사히 커브 길을 돌아 추월할지, 아니면 비틀거리다 또 뒤집힐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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