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서 10대 여학생, 일면식도 없는 30대男 흉기에 참변
“살려주세요!”
26일 0시 40분쯤 전남 순천시 조례동 한 병원 앞에서 퀵 배송 기사 이모(68)씨가 비명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20m가량 떨어진 인도에서 A(30)씨가 B(18)양을 짓누르고 있었다. 흉기를 든 A씨는 이씨가 다가오자 달아났고, B양은 “아저씨 아파요, 나 좀 살려주세요”라고 했다. B양은 “아는 사람이냐”고 묻자 “모르는 사람”이라고 답하고는 의식을 잃었다. 곧바로 이씨가 112와 119에 신고했다. 배와 가슴 쪽을 세 차례 흉기에 찔린 B양은 병원에 옮겨졌으나 과다 출혈 등으로 결국 숨졌다. 이날 오후 사고 현장에 국화 한 다발을 올려놓은 이씨는 본지에 “가슴이 아파 일손이 안 잡힌다. 학생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심야 시간대 친구를 배웅하고 귀가하던 10대 여학생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피습당해 숨진 것이다. 경찰은 달아난 A씨를 범행 2시간 반 만에 검거했다. 경찰은 ‘묻지 마 범죄’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둘은 모르는 사이이고, 원한 관계 등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고교 1학년 때 자퇴한 B양은 얼마 전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고 한다.
범행 동기는 오리무중이다. 경찰이 범행 장소 주변 방범 카메라 영상을 분석한 결과 자영업자인 A씨는 B양을 뒤에서 쫓아가고 몸을 덮쳐 순식간에 범행을 저질렀다. 검거 당시 A씨는 과음해 인사불성 상태였다고 한다. 성범죄 여부도 수사 중이다. 다만 경찰은 “범행 장소가 유동 인구가 많은 넓은 도로변 인도여서 성폭행 시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범행 장소 부근에서는 범행에 쓰인 주방용 흉기가 발견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