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인사이트]학위 블라인드 채용으로 유능한 인재 뽑으려면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제 현장에서는 기대와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미국에서 지난 10년간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 채용 공고 수는 4배 급증했지만 이런 채용 공고 100건당 실제로 학위 없는 지원자가 채용된 사례는 4건 미만에 불과했다.
기업에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갖는 관성에 있다. 경영진이 채용 정책을 개선해도 수천 명의 채용 관리자가 여전히 기존 방식대로 사고하고 행동할 방법을 찾는다. 새로운 기준에 맞춰 채용한 신규 입사자가 일을 잘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효과가 입증된 선별도구가 없다면 관리자들은 결국 학위에 의존하게 된다.
해법은 지원자의 기술을 평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다. 따라야 할 지침이 없으면 채용 관리자는 계속해서 학위 소지 여부로 지원자를 분류하고 최종 후보자를 선별하며 결국 학위를 가진 사람들이 채용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 기반 채용을 실현하기 위한 단계별 지침을 소개한다. 먼저 성공 사례를 만들고 기념하면서 채용 관리자에게 기술 기반 채용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 좋다.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최고 경영진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미국 하드웨어 업체 델이나 공구업체 그레인저 같은 기업에선 학위 없이도 높은 직급에 오른 리더가 조직 전체의 주목을 받는다. 이런 성공 사례는 기업 문화를 형성하고 채용 관리자가 더 넓은 인재 풀을 고려하도록 만든다.
다음은 성공 사례에서 채용 지표를 역설계하는 것이다. 성공 사례에는 지원자의 높은 성취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포함돼 있다. 지원자의 배경이나 이전 경력의 공통점, 첫 채용 시 맡았던 역할과 승진 과정 등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공통된 업무나 교육 및 전문성 개발 경험도 중요한 요소다. 조직 내 기술 기반 채용이 두드러지는 특정 부서가 있는지에도 주목해야 한다. 해당 부서의 채용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면 모방할 수 있다.
직무 요구사항을 정의하고 숙련도를 검증할 지표를 새롭게 찾는 과정도 필요하다. 월마트는 직무수행에 필요한 기술을 정확하게 정의한 직무기술서를 새롭게 작성했다. 목표는 ‘있으면 좋은 기술’을 걸러내고 처음부터 성공에 필요한 기술을 규정하는 것이다. 기술 기반 채용을 위한 온보딩과 지원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학위 채용자의 연착륙을 돕는 프로그램을 도입한 액센추어가 대표적이다. 입사 2주 전에 친절하게 작성한 온보딩 자료를 보내 불안감이나 자발적 이직 가능성을 줄이고 신입 직원을 위한 역할별 기술 로드맵을 마련해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식이다.
조직 내에서 기술 기반 승진 경험을 축적한 후 기술 기반 채용을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외부 채용 이전에 보유 기술에 기반한 내부 조직원의 승진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다. 현직의 입증된 기술, 적성, 헌신을 평가해 승진을 결정하는 경험이 쌓이면 학위를 비롯한 기타 자격 요건의 중요성은 점차 줄어든다. 이런 방식은 많은 점에서 이로운데 경영진과 채용 관리자가 이미 현직 직원의 기술과 역량, 성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승진 자격을 더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내부의 지지를 끌어내기도 쉽다.
다만 학위가 반드시 필요한 직종 외에도 대학 교육이 정당한 자격이 되는 직무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기술 기반 채용의 선두 주자인 IBM은 전반적인 채용 과정에서 학위 요건을 없앴고 신규 채용자의 20%가 학위를 보유하지 않은 사람일 정도로 기술 기반 채용에 적극적이지만 IT 직군의 채용에서는 학사 학위를 요구하는 비율이 최근 몇 년 새 오히려 증가했다. 그동안의 채용 경험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일부 직무는 대학 교육을 받은 근로자에게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기술 기반 채용은 기업의 인사 전략에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기업은 이런 추세를 긴밀히 파악하고 채용과 온보딩, 승진 과정 등을 섬세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 아티클 “지원자 학위를 안 본다고? 기술 기반 채용 지침”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조지프 풀러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맷 시걸먼 버닝 글라스 인스티튜트 대표
정리=백상경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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