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소와 산 소 '바꿔치기'...거액 보험금 타내

김민성 2024. 9. 2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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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농가에서 기르는 소들의 귀에는, 사람으로 치면 신분증 같은 귀표가 하나씩 달려 있는데요.

죽은 소와 살아있는 소의 귀표를 바꿔치기해 보험금 수천만 원을 타내거나 받아내려던 축산업자들이 무더기로 붙잡혔습니다.

전국 첫 사례인데요.

김민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우 축사에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수납장에서 뭔갈 찾아내는데, 겹겹이 쌓여 보관 중이던 건 아직 달지 않은 소 귀표입니다.

[보험 사기 축산업자 : 재장착이에요, 재장착. 녹색 귀표는. (이걸 왜 이렇게 받아두신 거죠?) 보시면 귀표가 끊어진 게 많아요. 잘 떨어져요.]

귀표는 혈통이나 원산지 같은 여러 정보가 담긴, 사람으로 치면 족보이자 주민등록등본, 이력서입니다.

쇠고기 이력제에 따라, 식용 소라면 반드시 태어나 죽을 때까지 양쪽 귀에 달고 살아야 하지만, 어째선지 이 축사에선 귀표가 없는 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주인이 일부러 떼어낸 건데, 이렇게 간단히 정체불명의 소가 된 셈입니다.

병에 걸려 긴급 도축했거나 아예 죽어버린 소의 귀에 가축재해보험에 가입된, 살아있는 소의 귀표를 바꿔 단 겁니다.

현장에서 소의 죽음을 확인하는 것 말고는 실제 어떤 소가 죽었는지 보험사가 곧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해 보험금을 받아내려 했습니다.

경찰이 꼬리털을 잘라 DNA를 대조한 결과, 이 업자는 실제로 두 달 동안 보험금 3천4백만 원을 부정하게 타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영상에 나온 이 30대 축산업자는 "솟값이 내려가고 사룟값은 올라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그랬다"고 실토했습니다.

[심남진 /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 팀장 : 재발행 귀표는 반드시 축협 직원이 현장에 가서 확인 후 부착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건은 현장에 가서 부착하지 않은 거로 확인됩니다.]

이런 수법이 수면 위로 드러난 건 전국에서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후 수사가 커져 전라북도에서만 축산업자 22명이 더 적발됐습니다.

이를 막아야 할 축협 직원이 되레 가담한 사례도 확인해 지점장 등 2명도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경찰은 지금 쓰는 인쇄형 플라스틱 귀표 대신 소 몸속에 넣는 전자칩 귀표 도입을 검토하라고 농림축산식품부에 전달했습니다.

YTN 김민성입니다.

YTN 김민성 (kimms070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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