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메르켈, 총리 후보 된 20년 정적과 어색한 조우

김계연 2024. 9. 26.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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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이후 공개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앙겔라 메르켈(70) 전 독일 총리가 과거 당내 라이벌이자 현재 차기 총리 후보인 프리드리히 메르츠(68) 기독민주당(CDU) 대표와 조우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연설에서 자신과 메르츠 대표의 정치 여정에 기복이 있었다며 "CDU·CSU 연합의 총리 후보가 되는 건 특별한 일이다. 영광이자 동시에 사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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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생일파티서 '악연' 메르츠 당대표와 덕담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왼쪽)와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 [dpa/A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퇴임 이후 공개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앙겔라 메르켈(70) 전 독일 총리가 과거 당내 라이벌이자 현재 차기 총리 후보인 프리드리히 메르츠(68) 기독민주당(CDU) 대표와 조우했다.

26일(현지시간) 일간 타게스슈피겔 등에 따르면 전날 저녁 베를린·브란덴부르크 학술원에서 CDU가 메르켈 전 총리의 70세 생일 축하행사를 열었다. 실제 생일(7월17일)보다 두 달여 늦게 열린 파티에는 메르켈 전 총리 부부는 물론 메르츠 대표와 자매정당 기독사회당(CSU) 마르쿠스 죄더 대표 등 양당 전·현직 정치인이 참석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연설에서 자신과 메르츠 대표의 정치 여정에 기복이 있었다며 "CDU·CSU 연합의 총리 후보가 되는 건 특별한 일이다. 영광이자 동시에 사명"이라고 말했다. "친애하는 프리드리히"라며 성 대신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

메르츠 대표는 "자유의 힘에 대한 신념이 메르켈 전 총리의 정치적 결정을 이끌었다"며 "앞으로도 CDU에 대한 호의를 유지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CDU 소속으로 연방정부를 16년간 이끈 메르켈 전 총리와 내년 9월 총선을 앞두고 최근 총리 후보로 확정된 메르츠 대표는 20년 넘게 불편한 관계였다.

메르츠 대표는 2000∼2002년 CDU 원내대표를 지냈으나 당권을 잡은 메르켈 전 총리와 권력 투쟁에서 밀려 사실상 축출됐다. 2009년에는 정계를 떠나 변호사로 일하다가 2018년 복귀했다. 이후 두 차례 당 대표에 도전했으나 메르켈 당시 총리가 지원하는 후보에 잇따라 패했다. 그는 메르켈 전 총리가 퇴임한 직후인 2021년 12월에야 당 대표에 선출됐다.

2012년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가운데)와 프리드리히 메르츠(오른쪽)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중도보수 CDU는 메르켈 총리 시절 중도진보 사회민주당(SPD)과 좌우 합작 대연정을 꾸리고 과감한 실용주의 노선을 걸었다. 그러나 메르켈 전 총리가 퇴임하고 야당이 된 뒤에는 SPD가 주도하는 신호등 연정에 각을 세우며 보수 색채를 강화했다.

메르츠 대표는 메르켈 후기 내각을 두고 "끔찍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메르켈 전 총리도 퇴임 이후에는 당과 거리를 뒀다. 시사매체 디차이트는 "오랜 정적인 메르츠의 지휘 아래 CDU는 정책과 인력 구성에서 '메르켈주의'와 멀어져 오른쪽으로 가는 과정에 있다"고 평가했다.

당 안팎에서는 최근 난민 흉악범죄로 인한 치안 문제와 증폭되는 반이민 정서를 과거 '무티(엄마) 리더십'으로 칭송받은 메르켈의 포용적 난민정책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호르스트 제호퍼 전 CSU 대표는 최근 쥐트도이체차이퉁(SZ) 인터뷰에서 "메르켈이 이민 문제에서 자신이 항상 옳지는 않았다고 인정한다면 품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메르켈의 정책이 가져온 최악의 결과는 (극우) 독일대안당(AfD)의 위험한 부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메르켈 4기 내각에서 내무장관을 지냈으나 난민정책을 두고 메르켈과 자주 충돌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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